미국 역사상 ‘가장 수지 맞았던 거래’를 꼽으라면 1867년 제정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에 사들인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엔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와 미국의 1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 국무장관 윌리엄 수어드가 그들이다.
황제는 농노제를 철폐하고 자유주의적 개혁을 추구하다 암살당한 비운의 스토리로, 대통령은 남북전쟁으로 갈라진 국가를 통합하기 위해 화해ㆍ포용정책을 펴다 공화당 급진파의 반발로 미국 역사상 최초로 탄핵위기에 몰린 일화로 각각 유명하다.
▲ 1741년 비투스 베링에 의해 발견된 알래스카는 수어드가 그 진가를 알아채기 전까지 모피 용도의 털짐승이 사는 척박한 동토였다. 그런 만큼 그는 크림전쟁 패배 이후 황실재정 파탄과 광활한 영토지배에 고민하던 황제에게 ‘쓸모없는 냉장고에 거액을 투자한 바보’로 비쳤다. 국내의 반대와 조롱도 덜하지 않았다.
‘원대한 구상(Grand Design)’이라는 외교전략을 편 명성에 힘입어 “눈 덮힌 땅에 감춰진 무한한 보물을 보자”고 의회를 설득해 간신히 뜻을 이뤘지만, ‘수어드의 아이스박스’라는 비웃음은 한동안 계속됐다.
▲ 지난 달 30일은 알래스카가 미국에 팔린 지 꼭 140년 되는 날이었다. 기억하기도 싫은 이 ‘기념일’을 맞아 러시아 국민들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한반도의 8배 면적에서 1870년대 중반부터 발견된 엄청난 광물자원 중 현재 확인된 석유매장량만 현재 45억 배럴(2,700억 달러 상당)에 달하고, 교통ㆍ관광 및 안보전략적 중요성도 갈수록 커지니 그럴 만도 하다. 1년 여 전 미국의 한 칼럼니스트가 쌍둥이 적자 해소를 위해 알래스카를 1조 달러에 러시아에 되팔자고 농담조로 제안했을 때 러시아 정계와 언론이 난리를 치기도 했다.
▲ 140년 전 720만 달러가 결코 적지 않은 돈이었다는 반론도 있다. 연 10%의 이자율을 적용해 복리로 계산하면 현재가치로 무려 4조 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복리의 마술 때문이라는데, 금리를 9%로 계산해도 1조 달러를 넘는다. 호사가들의 셈법이긴 하지만, 러시아가 알래스카를 팔지 않았을 때 지출했어야 할 유ㆍ무형의 비용까지 감안하면 미국이 꼭 횡재했다고만 말하기 어렵다. 당시 잣대론 어느 정도 ‘이익의 균형’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한미 FTA를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고 우리 앞날을 설계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줄이는 한 방법이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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