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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와인동호회' 우리음식 궁합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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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와인동호회' 우리음식 궁합맞추기

입력
2007.04.05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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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퇴근 무렵 시청 앞의 허름한 삼겹살 집. 숯불을 사이에 두고 둘러앉은 직장인 몇몇이 주섬주섬 가방에서 뭔가를 꺼낸다. 체크 무늬 손수건과 휴지에 대충 싸온 것도 있고 보드라운 목면 보자기에 정성껏 싸인 것도 있다.

어라, 와인 잔이다. 삼겹살 집에 난 데 없이 왠 와인 잔인가 싶은데 그러고 보니 술도 소주병으로 보기엔 좀 크고 색이 진하다. 이 사람들, 지금 삼겹살에 와인 마시겠다는 거야?

술이 몇 순배 돌고 술집안이 기분 좋은 취기로 출렁일 때 합석을 청했다. 선술집에서 유난히 눈길을 끌던 와인 잔의 주인공들은 알고 보니 싸이월드 와인동호회 ‘재즈, 와인과 함께 한 여행’(이하 재와여ㆍ회장 최종혁) 회원이란다.

싸이월드에만 600개가 넘는 와인동호회가 있지만 재와여는 좀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다. 와인을 좋아하고 와인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알고싶어 하는 사람들이 회원인 것은 비슷하지만, 서양의 와인문화 대신 우리식의 와인문화를 추구하는 것이 다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 직장인식 와인 애호’ 문화랄까.

회원인 신동한(36ㆍ소아과 의사)씨는 “와인이라고 하면 대부분 호텔이나 세련된 와인바에서 샹송을 들으면서 치즈나 시가를 곁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와인에 대한 대표적인 편견 중 하나죠. 우리는 와인과 한국 음식의 궁합 맞추기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고 말한다.

하기야, 와인이 별건가. 종주국인 프랑스에서는 서민들도 가볍게 반주로 곁들이는 술이 와인이다. 그러니 김밥, 족발, 삼겹살 같은 직장인들의 저녁 술자리 안주에 맞춰 각기 다른 와인의 맛을 음미한다 해서 무슨 불경죄라도 되는 양, 두 눈 동그랗게 뜨고 볼 일도 아니다. ‘오호라, 재미있는 얘기들이 쏟아져 나오겠는데.’ 이미 일행을 자처한 기자는 몸을 테이블에 바짝 붙여 앉았다.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최종혁(37ㆍ정클리닉 부원장) 회장은 “사람들이 시도하지 않아서 그렇지 실제 우리 음식과 와인은 썩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김치찌개의 톡 쏘면서 시원한 맛과 화이트 와인의 상큼한 어울림도 좋아하고 삼겹살의 고소하지만 다소 느끼한 뒷맛을 텁텁한 레드 와인으로 가셔내는 것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와인 입문 10년째라는 최 회장이 꼽은 최고의 궁합은 광어회와 화이트 와인 제이콥스 크릭 샤도네이(Jacob’s Creek Chardonnayㆍ소비자가격 16,000원)다. 기억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은행원이었던 그는 ‘회에는 역시 소주’라는 등식이 싫었다. 횟집에서 벌어진 회식자리, 조심스럽게 준비한 샤도네이를 꺼냈다. “회에 와인은 가당치도 않다”며 윗분들이 못마땅해 한 것은 불문가지. 그러나 이왕 내친 김에 거듭 권유했고 마지못해 한 잔 들이킨 부장은 사뭇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거 좋은데. 회 맛이 산다 살아.”

와인 한 병을 순식간에 해치운 그날 이후 회식 약속이 잡히면 최 회장은 주메뉴에 어울릴 와인을 선별하는 ‘특수임무’를 받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당시 경험이 우리 음식과 와인의 궁합을 찾는 모임 ‘재와여’를 만든 동기가 됐음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재와여는 모임에는 와인 잔을 소지하고 나오는 사람이 많다. 직장인들이 찾는 선술집에 와인 잔을 구비하고 있는 곳이 드물기도 하려니와, 평소 즐겨 사용하는 크리스털 와인 잔에 마셔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열혈 회원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술자리 화제도 단연 회원 각자가 찾아낸 별난 궁합, 별난 와인이야기가 주축이다.

한 여성회원이 “해물파전에 스페인산 적포도주인 띠에라 델 솔(Tierra del sol)을 곁들였더니 환상적이더라”고 하니, 다른 한 명이 “떡볶이나 매운탕에는 미국산인 골드바인(Gold vine)이 어울릴 것 같다”고 응수한다. 이른바 ‘신세계 와인’에 대한 평가도 이어진다.

같은 이름의 모 백화점에서 파는 와인이라는 소리는 물론 아니고, 프랑스를 제외한 여러 나라에서 생산하는 와인을 통칭한다. 1850년대 칠레를 필두로 미국, 호주 등 후발 주자들이 프랑스 와인에 도전장을 냈다. 신세계 와인에 대한 회원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최 회장은 “저렴하면서도 정통 프랑스 와인에 필적할만한 맛과 향기를 가졌다”고 말한다.

술자리가 보통 그렇듯, 서로 권커니 자커니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한미 FTA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음 대권은 누구에게 돌아갈지 화제는 고공비행을 시작했고 밤은 깊었다.

뜻 맞는 직장동료처럼 푸근한 와인 술자리, 그러나 초보자의 무딘 미각에 낙담하고 있던 차에 최 회장이 슬쩍 귀띔한다. “와인을 음식과 함께 씹으면 입속에서 와인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향과 맛을 잘 느낄 수 있어요.” 과연, 조금씩 향이 느껴진다. ‘오늘도 한 수 배웠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 와인에 관한 진실 혹은 거짓 '와인잔 빙글빙글 돌리는 당신은…'

와인은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많은 속설의 중심에 서 있다. ‘샴페인은 와인이 아니다’ ‘와인을 마실 때는 계속 잔을 돌려주며 향을 음미해야 한다’는 등 잘못된 이야기들은 술자리를 자칫 시끄럽게 할 수도 있다. 와인에 얽힌 6가지 속설에 대해 중앙대학교 산업교육원 와인 소믈리에-컨설턴트 과정 이효정 강사의 속 시원한 도움말을 들어보자.

▦ 탄산이 느껴지는 것은 샴페인, 와인이 아니다?

맞다. 풍부한 거품과 짜릿하게 톡 쏘는 기포의 느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 ‘샹파뉴(Champagne)’를 부르는 영어식 표현으로 그 명성으로 인해 모든 스파클링 와인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곤 한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와인을 만든 후, CO2 가스 형성을 위한 추가적인 발효와 숙성 과정을 한번 더 거치면서 와인 속에 기포가 녹아 든 것이 샴페인이다.

▦ 병 바닥이 움푹하고 깊을수록 좋은 와인이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와인병을 들어 바닥을 보면 차이는 있지만, 약간 움푹하게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대해선 여러 설명들이 많지만, 와인을 따를 때 침전물이 떠오르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주는 기능적 이유를 들어 고급 와인을 담는 병일수록 바닥을 깊고 움푹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타당성이 있지만 비싸지 않은 와인 중에도 바닥이 움푹한 병이 있으니 맹신은 금물.

▦ 와인은 포도 100%로 만들어진다?

그렇다. 첨가물이 조금 들어가지만 포도만으로 만든다. 와인은 포도의 당분이 효모에 의해 알코올로 바뀌면서 만들어지는 발효주다.

신기하게도 포도는 껍질 표면에 효모가 살고 있어 적당한 환경이 조성되면 다른 첨가물 없이 자연 발효된다. 물론 인공 효모를 사용하기도 하고, 와인의 오랜 보관을 위해 병에 담을 때 산화방지제를 첨가할 수는 있지만 평균 0.1~0.15% 정도로 아주 미량일 뿐이다.

▦ 와인을 마실 땐 계속 잔을 돌려주는 것이 좋다?.

천만에, 그렇지 않다. 와인 바나 레스토랑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는 풍경 중의 하나가 스월링(swirling). 말 그대로 잔의 다리를 잡고 소용돌이치듯 잔 속의 와인을 흔들어 주는 것을 말한다.

스월링을 하면 표면장력이 깨지면서 갇혀있던 풍부한 향들이 밖으로 쉽게 올라온다. 또한 잔의 외벽에 얇게 묻은 와인의 알코올이 쉽게 증발하면서 향의 발산을 도와 좀 더 쉽게 향을 맡을 수 있다.

그러나 와인의 향을 충분히 감상하기 위해 처음 몇 번 필요한 것이지, 식사 중 계속해서 잔을 빙글빙글 돌리는 모습은 보기에도 아름답지 않으며 좋지 않은 습관일 뿐이다.

▦ 친구와 와인은 오래될수록 좋다?

오랜 숙성이 가능한 와인은 많지 않다. 높은 도수의 위스키나 꼬냑에 비해 와인은 알코올 함량이 12~15% 정도로 낮아 상대적으로 잘 산화해 장기 보관에 불리하다. 대신 와인은 병입 후에도 일정 기간 숙성되면서 병입 초기에 갖지 못했던 원숙한 향기와 맛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숙성도 적당한 보관 환경 속에서만 가능하며, 그 기간도 한정적인 편이다. 알코올, 산도, 당도, 타닌 등의 성분들이 풍부하고 강한 와인일수록 대개 장기 숙성에 유리하며, 상대적으로 이러한 성분들이 많지 않은 가벼운 와인은 신선할 때 마시는 것이 좋다.

▦ 육류엔 레드 와인, 생선엔 화이트 와인?

대표적인 오해. 취향에 따라 마시자. 같은 육류라도 부드러운 육질의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담백하게 조리하면 풍부한 미감의 화이트 와인과 좋은 조화를 이루며, 참치나 연어 같은 붉은 살 생선들은 타닌이 많지 않은 가벼운 레드 와인이나 로제 와인과도 곧잘 어울린다.

와인과 음식의 조화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답이란 있을 수 없다. 다양한 시도와 경험을 통해 스스로 즐거움을 찾도록 하자.

■ 와인이 토종을 만났을 때 '안주 궁합'

화창한 봄을 맞아 나들이를 떠나자. 정성 들여 싼 김밥을 바구니에 담고, 와인도 한 병 챙긴다. 새싹의 옹알이와 봄꽃 가득한 초원을 바라보며 김밥에 곁들이는 와인 한 잔이면 입속에서 봄이 상큼한 싹을 틔운다.

황사 바람에 나들이를 망친 저녁이라면 제 철을 맞은 주꾸미를 데쳐 식탁에 올리자. 역시 반주는 신선한 와인 한 잔. 굳이 치즈나 마른 안주 없이도 창조적으로 즐길 수 있는 와인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 김치찌개, 매운탕에는- 골드 바인(Gold Vine)

포도 주스용으로 사용되는 콩코드 품종을 사용해 달콤한 맛이 강하다. 맵고 짠 맛을 완화하는데 제격이어서 김치찌개, 매운탕과 함께하면 좋다. 7,900원(미국)

▦ 해물파전- 띠에라 델 솔(Tierra del sol)

진한 붉은 빛이 감도는 이 와인은 부드러우면서 섬세한 탄닌 맛이 훌륭하다. 해물파전에 들어간 해물 재료 각각의 맛을 잘 살려준다. 8,000원(스페인)

▦ 생선요리엔 뭐니뭐니 해도- 마주앙 모젤(MAJUANG MOSEL)

신선하고 약간의 당도와 신맛이 어우러진 화이트 와인.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독일 모젤 지방 리스링 포도만을 사용해 그윽한 맛을 낸다. 적당한 당도가 생선구이, 회와도 잘 어울린다. 8,800원(독일)

▦ 족발 좀 뜯어볼까- 메종 에브라르 보르도 2005(Maison Hebrard Bordeaux 2005)

붉은 과일류의 향이 블랙커런트와 블랙베리의 특성과 잘 어우러져 균형 잡힌 맛을 자랑한다. 신맛이 적고 농익은 과일맛이 족발이나 불고기의 양념과 잘 맞는다. 1만3,500원(프랑스)

▦ 김밥 말았을 때- 터닝리프 화이트 진판델(Turning Leaf white Zinfandel)

청량감과 신선함으로 봄철 대표적인 피크닉 와인으로 꼽힌다. 김밥에 들어간 재료들이 다양한 맛으로 입안을 가득 채우고 나면, 딸기 라즈베리 스트러스향과 약한 탄산의 맛이 입안을 상쾌하게 헹궈준다. 1만5,000원(미국)

▦ 주꾸미가 제 철이라지-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 블랑코(Marques de Caceres Blanco)

봄철 별미 주꾸미에 곁들이면 금상첨화. 적당한 산도와 신선한 끝맛이 데친 주꾸미의 맛을 한 층 살려준다. 너무 맵지 않은 양념을 한다면 주꾸미 볶음과도 좋은 궁합이다. 1만6,000원(스페인)

▦ 분식집 라볶이- 린드만 빈 50 쉬라즈(Lindmans Bin 50 Shiraz)

달콤한 과일향과 꽃내음이 어우러진 이 와인은 매콤한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과 잘 조화된다. 야식의 스테디셀러인 떡볶이, 라면이 들어간 라볶이에 곁들이면 좋다. 2만2,000원(호주)

▦ 튀김에는- 델러 보르도 2003(Delor Bordeaux 2003)

연두빛이 감도는 황금색 와인이다. 감귤향과 가벼운 허브향, 알싸한 신맛이 튀김의 느끼함을 지워준다. 샐러드와는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의외로 괜찮다. 2만3,000원(프랑스)

▦ 삼겹살이 좋아- 35사우스 까베르네쇼비뇽(35 South Cabernet Sauvignon)

적당한 탄닌이 육류의 지방 분해를 도와주고, 특유의 풍부한 과일향과 맛이 돼지고기 냄새를 잡아준다. 삼겹살의 기름기를 와인의 깔끔한 맛으로 씻어내고 싶다면 추천. 2만3,000원(칠레)

▦ 삼계탕, 수육- 쟝-삐에프 무엑스 생떼밀리옹 2003(Jean-Pierre Moueix Saint-Emillion 2003)

생떼밀리옹 특유의 풍만하고 잔잔한 붉은 과일맛을 지닌 와인으로 처음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에게도 좋다. 맛이 강하지 않은 수육이나 삼계탕에 잘 어울린다. 3만3,000원(프랑스)

▦ 찹쌀순대-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 크리안자(Marques de Caceres Crianza)

붉은 과일류의 향이 부드러운 바닐라향과 조화를 잘 이뤄 순대의 맛을 깔끔하게 감싸준다.또한 실크처럼 부드러운 탄닌은 순대 속에 들어간 찹쌀당면의 쫄깃함을 더욱 살려준다. 3만4,000원(스페인)

▦ 비빔밥이라고 마다할까- 산타마게리타 피노그리지오(Santa Magherita Pinot Grigio)

그린애플향을 중심으로 짙은 과일향을 풍겨 신선한 비빔밥 재료의 풍미를 더욱 살려주는 동시에 매운 맛은 덜 느끼게 해준다. 신선한 봄나물이 듬뿍 들어간 비빔밥이라면 더욱 좋다. 3만5,000원(이탈리아)

자료제공 금양인터내셔날, 두산 주류BG, 프랑스 농식품진흥공사 소펙사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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