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켜면 브라운관에는 키 크고 잘 생긴 연예인들 일색이다. 경찰이 되려고 해도 남성은 167cm, 여성은 157cm를 넘어야 한다. 키 작은 사람은 직업 선택의 자유도 없는 건가. ‘작은 고추가 맵다’며 자존심을 추슬러 보지만, ‘큰 키 대접하는 사회’는 엄연한 현실이다.
2004년 정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20대 초반 평균키는 남성 173.8cm, 여성 160.7cm. 80년대만 해도 남성 167.7cm 여성 155.4cm이던 것이 불과 20년 만에 5~6cm나 커졌다.
그런데도 우리 아이는 평균보다 더 키우고 싶은 것이 부모 욕심이다. 값비싼 성장호르몬이나 한약에 의지하지 않고 크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박수성 교수가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시도해 볼만한 돈 들이지 않고 크게 키우는 법을 소개한다.
박수성 교수는 키 성장과 관련해 현재까지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방법들을 ‘디센(DISSEN)’으로 집약했다.
디센은 비만 예방(DIet), 햇볕 쪼임(Sun light)을 통한 비타민D 합성, 스트레칭(Stretching)과 규칙적인 운동(Exercise), 성장 발달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Nutrition)가 충분히 들어 있는 음식을 매일 꾸준히 섭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먹고 자고 활동하는 모든 생활습관을 키가 크는데 가장 효과적인 형태로 교정해주자는 말이다.
▦ 비만 예방
옛말 틀린 것 하나도 없다고는 하지만 ‘살이 키로 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물론 너무 말라 영양상태가 좋지 않으면 성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요즘 길거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어린이들과는 거리가 멀다. 비만은 키가 크는 것을 막는 제일 큰 적이다. 몸에 지방성분이 쌓이게 되면 성 호르몬이 상대적으로 많이 분비되고, 성 호르몬이 성장판을 빨리 닫히게 해 키가 자라지않는 결과를 가져온다.
1997년과 2004년 한국인 인체치수조사 결과를 보면 비만과 성장의 상관관계가 실증적으로 나타난다.<표 참조> 10대의 체중은 1997년에 비해 2004년 모든 연령대에서 적게는 0.9kg, 많게는 5.1kg이 늘어났다. 표>
반면 키의 증가율은 매우 더딜 뿐 아니라 줄어드는 경향까지 보였다. 체중의 증가와 성장 폭 감소는 남녀 모두에게 나타나 비만 예방이 키를 크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떠올랐다.
비만을 막기 위해 식탁에서 치워야 할 것은 칼로리가 높은 인스턴트 식품, 짜거나 기름기가 많은 음식이다. 대신 성장에 없어서는 안 될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무턱대고 몸무게를 줄인다고 갑자기 먹는 양을 줄이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를 초래한다. 성장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하게 돼 키도 자라지 않고 뇌 활동이 저해돼 공부하는 데까지 지장을 줄 수 있다. 한 가지 더, 아침을 거르는 것은 뇌 활동과 비만에 좋지 않다. 아침을 꼭 먹여 학교에 보내자.
▦ 비타민D 합성을 위한 햇볕
비타민D는 뼈의 주성분인 칼슘이 잘 흡수되도록 하는 기능이 있다. 하지만 비타민D를 약으로 먹을 필요는 없다. 햇볕을 쬐면 몸에서 필요한 만큼의 비타민D가 합성된다.
만약 어린이가 그늘진 실내에서만 지낸다면 칼슘이 든 음식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몸에는 흡수되지 못한다. 하루에 최소한 10~15분은 햇볕을 쬐며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키 크는데 도움이 된다.
▦ 스트레칭
움직이기 싫어하는 어린이도 쉽게 할 수 있는 운동법이다. 일부러 운동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거나 운동기구를 살 필요도 없다. 하지만 효과는 만점. 성장판 가까이 위치한 관절과 근육을 자극하기 때문에 키가 크는데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팔다리를 쭉쭉 펴 주는 동작이면 충분하다.
단, 아이들에게 절대 무리한 동작을 강요해선 안 된다. 흥미를 떨어뜨려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려 하고, 심지어 통증을 유발하는 등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누운 채로 팔과 다리를 쭉 뻗어주고 근육과 관절이 늘어나는데 정신을 집중하면서 심호흡을 해보자. 하루 10분 정도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 규칙적인 운동
아이들은 뛰어놀면서 자란다는 말이 있다.
성장판이 어느 정도 외부 자극을 받아야 뼈가 잘 자란다는 사실을 알기 쉽게 표현한 말이다. 운동은 뼈와 성장판을 튼튼하게 할 뿐 아니라 성장판 주위에 모세혈관을 증가시켜 키가 더 잘 클 수 있도록 돕는다. 근육에 있는 성장판도 자극해 근육 세포를 자라게 한다.
줄넘기, 조깅, 맨손체조, 수영, 댄스, 배드민턴 등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이 좋다. 하루 30분에서 1시간 정도 등에 땀이 날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기계체조, 씨름, 레슬링, 마라톤, 럭비 등 과격한 운동은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다칠 위험도 크다. 특히 남자아이는 과도한 운동이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성장을 억제할 수 있으니 유의하자.
▦ 영양식
최근 조사를 보면 북한 어린이와 우리 어린이들의 평균 키가 남자아이는 약 6cm, 여자아이는 약 4cm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한다. 같은 유전자를 물려받았어도 영양가 높은 음식 섭취가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성장에 좋은 음식은 고단백 저지방, 칼슘과 비타민이 많은 것이 좋다. 콩이나 두부 등에 들어 있는 식물성 단백질은 성장 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 등 푸른 생선은 양질의 단백질과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비만 예방과 성장 촉진에 그만이다. 우유 치즈 멸치 미역 등으로 뼈가 자라는데 필수적인 칼슘과 무기질을 공급해주자.
육류도 단백질 공급원으로 좋지만 가능하면 기름기를 제거하고, 후라이드치킨 같이 튀긴 고기는 지방을 필요 이상으로 섭취하게 하므로 피하는 게 좋다.
이런 음식들과 같이 먹게 되는 탄산음료로 뼈의 칼슘을 녹여내 성장에는 독이 된다. 냉동식품 햄버거 등도 편하게 먹을 수 있지만 반드시 피해야 할 먹을거리 중 하나다.
박수성 교수는 “한의원,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 운동센터 등에서 키를 크게 해준다며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받고 있는데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것은 없다”면서 “비만을 예방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면서 성장발달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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