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뒤 서울 성곽이 5일 전면 개방됨에 따라 북악산이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1968년 청와대 기습을 노린 북한 무장공비 침투 사건 이후 보안상의 이유로 못 다니게 막았던 산길이 근 40년 만에 열린 것이다.
이번에 개방한 구간은 창의문에서 북악산 정상에 올라 와룡공원으로 내려오는 북악산 서울 성곽 4.3㎞ 전체다. 종전에는 이 가운데 지난해 4월 개방된 홍련사_숙정문_촛대바위 1.1 ㎞ 구간만 갈 수 있었다.
창의문을 출발해 성곽을 따라 걷는 길은 탁 트인 전망에 눈 맛이 시원하다. 서쪽에 인왕산을 두고 북으로 멀리 북한산 비봉과 보현봉의 늠름한 자태를 보면서 올라간다.
종전 개방 구간인 숙정문 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장관이다. 정상까지는 30분, 거리는 짧지만 가파른 계단길이라 숨을 골라야 한다.
정상에서 청운대_곡장_촛대바위를 지나 숙정문에 닿는 구간에서는 서울 도심이 한 눈에 들어온다. 숙정문에서 와룡공원이나 홍련사까지 내려가는 데는 10분이면 충분하다.
쉬엄쉬엄 걸어도 2시간이면 전체 4.3㎞를 돌 수 있다. 중간중간 전망대와 쉼터를 갖추고, 탐방로를 잘 손질해 걷기에 좋다. 때마침 봄이라 진달래, 개나리가 앞 다퉈 꽃을 피우고, 짝을 부르는 장끼와 박새의 노래 소리가 귀에 즐겁다.
5일 열린 전면 개방 행사에는 노무현 대통령 내외와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시인 황지우(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일반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노 대통령은 “서울 명륜동에 살던 시절, 서울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길이 막혀 답답했다”며 “대통령이 되자마자 북악산 일대의 개방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북악산 개방으로 서울의 녹지 비율이 5.5%에서 26%로 껑충 뛰었다”며 “이는 세계 대도시 중 2위, 캐나다 밴쿠버 다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방은 서울 시민의 나들이길이 하나 더 늘었다는 것 외에 문화재인 성곽을 가까이서 보게 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북악산에서 낙산, 남산, 인왕산으로 한바퀴 이어지는 서울 성곽의 총 길이는 18.2㎞로 현재 10.5㎞가 남아있다. 이 가운데 그 동안 출입이 금지됐던 북악산 구간이 열림으로써 서울 성곽 전체가 개방된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성곽을 일주하기란 쉽지 않다. 헐리거나 건물이 들어차서 길을 찾아 헤매야 하거나 사유지라 들어갈 수 없는 구간이 많기 때문이다.
7년간 서울 성곽을 수백번 답사했다는 유근표(58ㆍ서울 노원구 공릉동)씨는 “성곽 탐방이 보물찾기처럼 어려웠다”며 “누구나 쉽게 즐겨 찾을 수 있도록 성곽 주변을 공원화하고 탐방로를 잘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 성곽은 서울을 대표할 만한 귀하고 멋진 문화재인데, 그 가치를 잘 살리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복원도 중요하지만 남아있는 성곽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관계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탐방 안내
북악산 성곽 탐방은 당분간 하루 6회, 회당 100명으로 인원을 제한한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정시에 홍련사, 창의문, 와룡공원 말바위에서 출발한다.
창의문에서 정상까지는 경사가 급하고, 와룡공원이나 홍련사에서 가면 수월하다. 인터넷(www.ocp.go.kr 또는 www.fpcp.or.kr)이나 전화(말바위 쉼터 730-2152~3, 홍련사 쉼터 02-747-2152~3, 창의문 쉼터 02-730-9924~5)로 예약하면 편하다.
출발 현장에서 신청해도 되지만 선착순인 데다 신원 확인에 시간이 걸린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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