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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려대의 눈치보기

입력
2007.04.05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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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려대는 ‘지옥’과 ‘천국’을 오갔다. 고려대는 이필상 전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사건에 따른 위상 추락을 ‘입시’ 하나로 거뜬히 뒤집었다. 2008학년도 대입에서 수능 위주 전형을 단독 발표하면서 고려대는 일순간에 ‘반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주요 대학들이 이 전형을 뒤따르고, 대입시가 현안으로 부각되면서 고려대는 위기를 극복하는 듯 했다.

그런 고려대가 아이러니하게 다른 대학의 눈치를 보고 있다. 입시설명회를 함께 열고 주요 교육정책에 한 목소리를 냈던 ‘7개대 입시 카르텔’ 탈퇴를 적극 검토했다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수일 만에 말을 바꾼 이유에 대해 고려대 관계자는 5일 “(다른 대학들로부터)왕따가 될 게 뻔한데 어떻게 판을 깨겠느냐”고 말했다.

일면 이해가 갔다. 서울지역 7개 대학이 여는 공동설명회 소요 시간을 감안할 때 7개 대학을 초과하면 행사 진행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항변도 받아들일 수 있다.

문제는 7개대 입시 카르텔이 유발한 부작용과 고려대의 줏대없는 태도다. 고려대와 연세 한양 성균관 서강 중앙 이화여대 등 7개대 공동설명회는 지난 2년간 ‘그들만의 리그’로 다른 대학들의 눈총을 받아왔다. 이른바 ‘대학 순위’별 구성과는 거리가 먼데도 다른 대학 접근을 차단한 채 공동 입시설명회를 열어 “입시홍보를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런 구도에서 벗어나겠다던 공언(公言)은 허언(虛言)이 되고 말았다. ‘동지적 입장’을 취해 온 나머지 6개 대학들의 집단 항의가 두려웠던 까닭이다. 대입시의 중심이 수험생이라는 인식을 했다면 탈퇴를 밀고 나갔어야 옳았다. 수능 우선선발제 도입 등 잇단 단독행보로 자신감을 보여온 고려대다. 수험생과 학부모 판단을 흐리게 하는, 명분도 실익도 없는 입시카르텔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사회부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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