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4일 현장시정추진단 102명을 발표하며 공개한 ‘퇴출후보자’들의 무능ㆍ불성실 백태가 눈길을 끌고 있다. 업무 시간에 술을 먹고 주사를 일삼는가 하면 민원전화를 받기 싫어 아예 벨소리가 울리지 않도록 해둔 공무원도 있었다.
불성실한 사례로는 업무 시간 중에도 음주를 일삼고 음주 후 상습적으로 여직원에게 불쾌감을 유발하는 행동을 하는 한편, 주변 직원들에게 심하게 술주정을 하기도 했다. 어떤 공무원은 자신의 업무는 동료 직원에게 맡긴 채 자격증을 따겠다며 근무 시간에 공부만 했다. 이 직원은 시민이나 동료 직원이 업무에 대해 물으면 ‘모르쇠’로 일관하기도 했다.
시민 문의가 많고 팀원 간 협조가 긴요한 업무를 맡고서도 민원전화를 받지 않으려고 아예 전화 벨소리를 들리지 않도록 해놓고 자기 공부에 몰두한 직원도 있었다.
업체 직원들을 수시로 불러 강압적ㆍ고압적 지시를 내린 뒤 이튿날엔 정반대의 지시를 내린 직원도 퇴출 대상이 됐다. 청사 보안ㆍ경비 업무를 담당한 한 직원은 휴게실에서 TV를 보고 오후에는 낮잠을 자기가 일쑤였다.
개인채무 문제로 동료들의 당직근무를 대신해주고 수당을 챙긴 직원도 있었다. 그러나 당직 뒤 일찍 퇴근하는 바람에 정작 자기 업무는 제대로 못해 동료들이 대신 해야 했다.
무능한 사례도 많았다. 한 단어와 문장 이해력 등 기초가 떨어져 업무를 맡기면 ‘무슨 말인지 몰라 일을 못하겠다’며 회피한 직원도 있었다. 부하 직원들에게 업무를 대신 수행하게 하고 자신은 단순ㆍ반복 업무만 조금씩 했던 간부는 ‘해당 직급의 평균적 업무능력 수준에 현저히 미달한다’는 이유로 퇴출 후보자가 됐다.
단속업무를 하면서 출근 시간이 일정치 않은 데다 3년간 적발 실적이 단 한 건도 없는 경우도 있었다. 소외시민을 돌보는 한 직원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시민을 방치하거나 오히려 화를 내고 언어폭력을 휘둘러 자주 항의를 받았다. 민원인이 자기를 무시한다며 싸움을 거는 직원, 운전직으로 채용됐으나 수술 후유증으로 운전을 전혀 못하고 언어장애가 생겨 대화가 힘든 직원 등 16명은 별도 관리 대상으로 분류됐다.
시는 최종심사에서 ▦기본적 직무 능력은 있으나 현 부서에 적응하지 못한 직원 ▦ 직무 능력은 다소 떨어져도 열심히 일하려고 노력하는 직원 ▦성실하지만 근무성적 평정 때문에 추천을 받지 못한 직원은 구제했다고 밝혔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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