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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마을에 깃들이다/ 김유정 이어 황순원·이병주 등 문학촌 조성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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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마을에 깃들이다/ 김유정 이어 황순원·이병주 등 문학촌 조성 봇물

입력
2007.04.0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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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문학관’이 아니라 ‘문학촌’이다. 유명 작가의 생애나 작품을 기리기 위한 공간이 생가, 전시관 등에 머물지 않고 지역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그 효시 격인 ‘김유정 문학촌’(강원 춘천시 신동면)이 2002년 문을 연 이래, 작가의 문화ㆍ관광적 가치를 십분 살린 대규모 단지들이 속속 조성되고 있다.

소설가 황순원(1915~2000)씨의 대표작 <소나기> 의 배경인 경기 양평군은 이달 중 ‘소나기 마을’로 이름 붙인 황순원 문학촌을 착공한다.

서종면 수능1리 1만4,400여 평에 내년 완공 예정이다. 600여 평의 문학관 주변엔 고인의 작품을 형상화한 휴양문화 시설이 들어선다. 일례로 ‘소나기 산책로’는 수숫단, 송아지 들판, 징검다리 등 방문객들이 소설 속 장면을 재연해볼 수 있는 시설로 꾸며진다.

장편소설 <지리산> 의 작가 이병주(1921~1992)씨의 고향 경남 하동군은 2004년부터 문학예술촌을 짓고 있다. <지리산> 의 무대인 이명산 일대 8,700여 평에 내년 상반기까지 이병주 문학관, 전망대, 산림욕장, 등산로 등을 조성한다. 총 사업비는 33억 원. 하동군은 연례 행사인 ‘이병주 하동 국제문학제’를 내년부터 예술촌에서 치르고 행사 규모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경북 청송군은 지역 출신 소설가 김주영씨의 대표작 <객주> 를 주제로 ‘객주문학 테마타운’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객주> 는 김씨가 79년 6월부터 4년9개월 간 신문에 연재한 작품으로, 19세기 말 보부상들의 격동적 삶을 묘사한 대하소설이다.

김씨는 어린 시절 고향 장터의 정경에서 작품의 모티프를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청송군은 진보면에 있는 작가의 생가와 장터를 소설 속 원형대로 복원해 테마타운을 꾸밀 계획이다.

잇따른 문학촌 조성은 지자체의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과 긴밀히 맞물려 있다. 문화관광부 용역으로 ‘유명 예술가 유치의 경제적 가치’를 분석한 임상오 상지대 교수는 “박경리 선생이 원주 토지문학관에 산다는 이유 만으로 원주 시민들은 관광 수입과 별도로 매년 11억 원의 경제 이익을 누린다”고 말했다.

강원 평창군 봉평면 ‘이효석 문학관’은 ‘메밀꽃 축제’와 연계해 매년 200만 명이 찾고 100억 원 가량의 부가가치를 얻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전상국 김유정문학촌장은 “유품 보존 수준을 넘어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한 역동적 이해를 돕는다는 점에서 문학촌 설립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지자체가 문화적 마인드 없이 돈벌이에만 급급할 땐 문학촌은 금세 아무도 찾지 않는 죽은 공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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