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지오노 / 두레도토리로 미래를 심은 양치기 노인의 실화
몇 년 전부터 경기 양평 산골의 작업실에서 나무를 심으며 살고 있는 이윤기(60). 빼어난 미학의 소설가이자 당대 최고의 번역가, 그리스ㆍ로마신화를 밀리언셀러로 만들며 한국에 신화 열풍을 몰고 왔던 신화 전문가.
덕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뜻의 과인(寡人)이자 한국 주당(korea wine)의 줄임말도 된다는 ‘kwine’을 아이디로 쓰고 있는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다.
그가 얼마 전 한 방송에서 “내 인생은 장 지오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나무를 심은 것이 아니라 장 지오노가 나무를 심게 했다.” 한 권의 책이 이윤기라는 사람의 운명까지 바꾸게 했나.
그 책이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1895~1970)의 <나무를 심은 사람> 이다. 실화라 한다. 지오노는 1차세계대전 이전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를 여행하다 부피에라는 양치기를 만난다. 나무를>
55세의 그는 아내와 아들을 잃은 외로움에, 버려진 땅으로 홀로 들어와 살고 있었다. 원래는 숲이었으나 숯을 만들어 파는 인간의 욕심 때문에 황무지가 된 곳이었다. 부피에는 쇠막대를 땅에 꽂아 도토리 한 개를 넣고 흙을 덮는 일을 되풀이하며 매일 도토리 100개를 이 땅에 심고 있었다.
묵묵히, 그 무엇도 바라지 않고. 3년간 심은 10만개의 도토리 중 2만개에서 싹이 났다. 그렇게 천천히 모든 것이 변화했다. 40여년 후 황무지는 바람과 새와 물, 사람이 깃들어 사는 울창한 숲으로 변했다.
세상은 부피에 같은 사람에 의해 변한다. 그는 도토리로 미래를 심었던 것이다. 오늘은 식목일이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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