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 정부가 피해 예상 산업과 업종에 대한 보상 및 지원방안을 쏟아내고 있으나, 내용이 부실하고 접근방식도 서툴러 신뢰를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권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 만큼, 피해계층의 불안감을 조속히 달래고 반대세력의 확산도 서둘러 차단해야 하는 부담감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섣부른 조급증에 빠져 효과가 의심되거나 구체성이 없는 대책을 마구 나열하면 FTA를 추진ㆍ타결한 의미가 퇴색되고 사회적 갈등도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농ㆍ축ㆍ수산업의 경우 일단 가격 하락이나 폐업에 따른 소득감소분을 현금으로 보전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 부분은 협상진행 과정에서 이미 사회적 합의를 얻었다.
제조ㆍ서비스업에도 같은 원칙을 준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정부가 "졸속을 피하기 위해 영향이나 소요예산을 면밀하게 분석한 뒤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하면서도 지원 대상과 요건, 재원조달 등의 구체적 로드맵이 없는 설익은 말을 앞세운다는 점이다.
문제는 또 있다. 우리 경제력의 15배에 이르는 미국과 '위험한 도박'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체 상태에 빠진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일신하는 계기로 삼자는 것인데, 이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축산업 등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놓기는 했으나 "구조조정과 인적자본 개발 등 핵심 쟁점은 피한 채 장롱 속에 있던 낡은 정책을 재탕 삼탕한다"는 비판이 무성한 것은 이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1년 4개월여에 걸쳐 협상팀이 골머리를 싸매는 동안 지원 부처들은 손 놓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심지어 주요 부처들이 지레 협상이 결렬될 것으로 예단하고 무사안일로 대처했다는 분석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물론 사실이 아니겠지만 타결 이후의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인식이 허술했음은 인정해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돈과 사람을 적재적소에 최적 배분하는 그림을 잘 그리는 것보다 더 나은 한미 FTA 홍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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