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여자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3차전이 끝난 뒤 박정은(30ㆍ삼성생명)은 숙소로 돌아가자마자 방문을 꼭 닫고 한참 울었다. 부산 동주여상 졸업 후 성인무대 13년차이지만 요즘처럼 자신의 플레이가 맘에 들지 않은 적은 없었다.
“남편이 아닌 팬으로서 당신 플레이에 실망했어. 왜 그렇게 자신이 없어? 당신이 박정은 맞아?” 남편이자 든든한 후원자인 한상진(30)씨의 따가운 질책이었다.
박정은은 삼성생명의 간판이지만 1~3차전에서는 내내 고개를 떨궜다. 1차전 6득점, 2차전 무득점, 3차전 3득점. 체력이 바닥난 탓에 챔프전 들어서는 자신감을 잃어 버린 게 이유였다.
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용인 삼성생명-안산 신한은행의 챔피언 결정 4차전. 삼성생명이 66-68로 뒤진 종료 15.4초 전 이미선의 패스가 오른쪽 코너에 있던 박정은의 손에 건네졌다. 박정은은 지체 없이 뛰어오르며 슛을 던졌고 공은 그물에도 안 닿고 림으로 빨려 들어갔다.
삼성생명의 69-68 역전승. 8점 5리바운드를 올린 박정은은 풀타임에 가까운 37분46초를 뛰며 팀을 벼랑끝에서 구해냈다. 시리즈 전적 2승2패가 된 두 팀은 5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 최종 5차전 승부를 펼친다.
경기 후 박정은은 “1~3차전에서 너무 못해 동료들에게 미안했고 맏언니로서 영 체면이 안 섰다. 마지막 순간 안 던지면 후회할 것 같았다. 공이 손끝을 떠날 때 골을 직감했다”면서 “동료들 덕에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4차전에서도 그랬지만 5차전에서는 쓰러진다는 각오로 몸을 던지겠다”며 승리에 대한 강한 집념을 드러냈다.
한편 신한은행은 하은주가 국내 복귀 후 최장 출전시간(32분9초)을 기록하며 20점을 올렸으나 전주원(5점) 정선민(무득점) 등이 부진한 탓에 분루를 삼켜야 했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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