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활성화 등으로 국내 미술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그림 위조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4명의 무명 화가와 중간 판매상 등이 포함된 위조단은 주로 국내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천경자 이만익 등 원로 화가의 그림을 위조했다.
또한 작가 본인의 증언이 불가능한 도상봉 변종하 남관 등 작고작가의 그림도 주요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이번에 적발된 정교한 가짜 그림은 108점이었으나, 그것들이 진품이었다면 거래가는 1,000억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 들어 실시된 그림 경매의 낙찰액은 216억원이 넘고, 연말까지 총낙찰액은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술품 투자가 돈이 된다는 분위기를 따라 가짜 그림이 양산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번 위조단은 비교적 범행 규모가 커지기 전에 적발된 셈이나, 이중섭의 경우 작품의 70% 이상이 위작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섭 그림 위작 문제는 2년 전 유족이 그림을 한 경매에 내놓으면서 불거졌고, 이중섭ㆍ박수근의 그림에 대해서는 검찰이 아직도 수사 중이다.
당국이 철저한 수사로 위작을 방지해야 하지만, 또 하나의 여과 장치는 미술품 감정 시스템이다. 지난해 미술계의 두 감정기구가 감정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로 통합돼 출범했으나, 불과 몇 달 만에 '가짜 감정' 파문에 휩싸이면서 공신력에 흠집이 났다.
경찰이 위조단에게서 압수한 변시지의 '조랑말과 소년'은 감정위원회가 진품으로 판정을 했으나, 화가 본인은 '위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감정할 때는 미술계의 오랜 경력도 필요하지만 좀더 재료, 기법 등과 관련된 전문적ㆍ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경우 감정위원과 작가의 공동 감정을 통해 진위를 분명히 가려냄으로써, 위작이 발붙일 곳을 없애야 한다.
미술 시장이 이웃나라로 확대되면서, 작가들의 그림 사진을 중국에 보내면 위작을 만들어 온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미술 감정과 위조 단속이 한층 더 정교해져야 하는 근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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