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은 조금씩 달랐지만 승리에 대한 열정과 의욕은 한결 같았다. 프로야구 8개 구단 사령탑들은 개막을 이틀 앞두고 4일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다. 올시즌 녹색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굴 ‘사령탑 열전’을 들여다본다.
최연소 감독의 3연패 도전
삼성 선동열(44) 감독은 8개 구단 사령탑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최연장자인 SK 김성근(65) 감독과는 무려 21년차. 그러나 선 감독은 지난 2005년 사자군단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사상 첫 데뷔 2년 연속 우승이라는 대위업을 달성했다. 지난 85년 당시 해태에서 선수로 데뷔한 후 9차례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맛본 것이다.
선 감독은 “3연패를 달성하고 싶다”며 선수와 감독 시절을 통틀어 ‘V10’을 이루겠다는 야망을 드러냈다. 1982년 원년 이후 3연패 이상을 기록한 사령탑은 김응용 현 삼성 사장이 유일하다. 김 사장은 해태 감독 시절인 지난 86~89년 4년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백전노장들의 도전
8명의 감독 가운데 60대 이상은 SK 김성근 감독을 비롯해 롯데 강병철(61), 한화 김인식(60) 감독 3명이다. 이 중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화와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SK는 올시즌 삼성의 3연패를 저지할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애제자 선동열 감독에게 무릎을 꿇었던 김인식 감독은 “올해는 반드시 우승하겠다”고 강한 승부욕을 드러냈고, 시범경기 1위를 차지한 김성근 감독도 “지난 시즌 6위에 머문 우리 팀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반드시 삼성을 잡아야 한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올해로 계약이 만료되는 강병철 감독은 더욱 절박한 처지다. 시범경기에서 2위 돌풍을 일으킨 강 감독은 “4강에 못간 지 너무 오래됐다. 우승을 위해 일단 4강 진출을 목표로 삼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삼김(三金)의 전쟁 vs 시스템 야구
올시즌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LG 김재박(53) 감독과 현대 김시진(49) 감독,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 사령탑을 겸직한 두산 김경문(49) 감독은 일단 4강 진출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김재박 감독은 지난해 창단 후 첫 꼴찌로 추락한 LG를 정상궤도에 올려 놓은 뒤 2,3년 안에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초보 김시진 감독은 좌초 위기에 몰린 ‘현대호’를 이끌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됐고, 김경문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을 겸하는‘두 집 살림’의 와중에서도 지난해 4강 진출에 실패한 팀을 반드시 포스트시즌에 진출 시키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올해로 ‘집권 2년차’를 맞는 서정환 KIA 감독은 시스템 야구를 앞세워 지난 97년 이후 10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는 야망이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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