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삼십 년 넘게 써온 한 작가에게 기자가 물었다. 선생님에게 소설은 대체 무엇이었습니까? 질문을 받은 작가는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뭐, 별 거 있나, 그게 다 작업의 일종이었지. 무언가 근사한 대답이 나오길 바랬던 기자는 조금 실망한 표정으로 다시 되물었다. 작업이라뇨?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러자 작가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말 그대로 작업. 소설로 독자들에게 작업을 건 거지, 뭐. 작업을 거는 심정으로 소설을 쓴 거야. 그 말을 들은 기자의 심정이 어떠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 말이 그리 나쁜 의미나 틀린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았을 터.
독자들에게 작업을 거는 심정으로 기사를 쓰는 기자나, 제자들에게 작업을 거는 심정으로 가르치는 교육자나, 유권자들에게 작업을 거는 심정으로 정치하는 국회의원들이나, 아내에게 늘 작업을 거는 심정으로 대하는 남편이나, 모두 나쁘지 않다. 오히려 권장할만 하다.
작업을 건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해 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사랑을 받겠다는 의지의 일환이다. 다들, 작업들 많이 거시며 생활하시라. 나도 길 위의 이야기로 꾸준히 당신에게 작업을 걸고 있으니, 방심들 많이 해주시라.
소설가 이기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