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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시대 개막/ FTA 좌담회

입력
2007.04.03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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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산고(産苦) 끝에 타결됐지만,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과연 선진국 도약의 지름길을 택한 것인가, 대미 경제종속을 초래할 수 있는 악수(惡手)를 둔 것인가. 서로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현오석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원장과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대담을 통해 한미 FTA 협상 결과를 평가하고 한국경제와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 앞으로의 과제 및 대책 등을 들어봤다.

진행= 김상철 경제부 차장대우

_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마침내 타결됐다. 그간 찬반이 팽팽히 맞선 것은 한미 FTA에 대한 인식에 근본적 차이가 있기 때문인데, 우선 이 시점에서 한미 FTA는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가.

▦현오석 국제무역연구원장= FTA는 한국경제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상황을 타개하고, 저 성장의 늪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이다. 특히 그 같은 FTA를 세계 교역질서를 이끄는 미국과 체결한 것은 만병통치약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나의 전환점은 된다고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FTA가 양자간 협상이다 보니,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았는가만 갖고 한미FTA를 논하는데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한미 FTA는 앞으로 일본, 중국, 인도, 유럽연합(EU) 등과 FTA를 맺어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하나의 전범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최태욱 한림대 교수= 저 역시 세계화 시대 속에서 FTA는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 같은 ‘미들 파워(Middle Power)’의 입장에서는 상대와 시기, 범위를 잘 택한다면 분명히 매력이 있다.

한미 FTA는 그 같은 관점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내 입장이다. 한미 FTA가 처음 언급된 것은 2005년 가을쯤이다. 그 후 불과 5개월 만에 협상을 시작한 것이다. 연구보고서라고 기껏 1~2건 나왔을 정도다. 그 같은 상황에서 세계 최강국과 FTA를 맺은 것은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_한미 양국이 공개한 FTA협상 타결내용을 평가해 달라.

▦최= 웬디 커틀러 미국 대표가 ‘A+’를 달라고 한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선 매우 형편없는 협상이었다. ‘F’를 줘도 할말이 없다.

우선 당초 내세웠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인 반덤핑제도 개선조치는 얻은 바가 없다. 미국의 반덤핑조치로 우리 업체들이 1년에 평균 15억 달러 손해 본다는데 전혀 성과가 없었다.

3대 수혜업종이라고 하는 자동차, 전기전자, 섬유업종도 수출증대 효과를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자동차, 전기전자는 2%대 관세를 철폐해봐야 기대이익이 크지 않고, 이미 많은 업체가 우회수출, 현지생산 등의 통로를 갖고 있다.

그나마 기대해볼 만한 분야가 섬유부문의 원사 기준 원산지 적용(얀 포워드) 예외였는데, 당초 목표했던 85개 품목 중 불과 5개를 얻었을 뿐이다.

정부가 내세운 서비스산업 경쟁력 확보도 소득이 없다. 교육 의료 컨설팅 등의 개방 성과가 거의 없다. 또 미국으로선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본이동이 자유로워졌지만, 우리에게 유리한 전문직 취업비자 쿼터 확보 등 노동력 이동은 거의 허용되지 않았다.

독소조항도 너무 많다. 국가를 상대로 투자자가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부동산과 조세정책 등은 예외로 인정 받았다고 하지만, ‘드문 경우’ ‘원칙적으로’ 등의 전제를 깔고 있어 완전히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번 개방이 이루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되돌릴 수 없도록 한 ‘역진방지’ 장치도 향후 정부 정책에 족쇄가 될 수 있다. 가령 정부가 의료ㆍ교육 등 공공부문 개방을 시도했다가 정책의 실패로 되돌리려고 할 경우 미국에 대해서는 그 같은 개방의 후퇴가 불가능하게 된다.

그밖에 지적재산권 보호기간 연장, 자동차 세제 개편 등도 문제가 있는 조항들이다.

▦현= 평가는 우리의 FTA의 목표가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해야지,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았는가를 기준으로 하면 안 된다. 한미 FTA를 우리가 왜 체결하려고 하는지, 또 이번 FTA가 앞으로 우리 산업구조에 어떤 영향을 줄지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자동차 관세 2.5% 철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하는데, 그것은 업계에 물어보아야 할 문제다. 자동차 업계 경상이익률이 2.7% 수준에 불과한데 2.5%면 큰 수치이다.

제도 부분에 대해서도 달리 생각할 부분이 있다. 한미 FTA 타결로 바뀌게 된 제도 가운데는 우리 스스로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 가령 자동차 세제만 하더라도 배기량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 나라도 많다.

또 지식산업사회를 지향하는 나라라면 미국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지적재산권 보호는 강화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개성공단 문제도 FTA 자체로 놓고 보면 처음부터 인정 받기 힘든 부분이었다. 개성은 실제로 완전히 다른 관세권에 속해있지 않는가. 우리 입장을 개진해볼 순 있지만, 그 같은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서 FTA 전체가 낙제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무엇보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FTA 득실 논의가 생산자 관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다. FTA의 수혜자인 소비자 입장에서 볼 필요도 있다.

_FTA를 미국과 먼저 체결했어야 하는가, 우리의 준비가 충분했는가 하는 점에 대해 논란이 있는데.

▦현= 저는 미국을 FTA 상대로 택한 것은 잘한 선택이라고 본다. 우선 우리는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나라인데, 미국은 그 같은 측면에서 볼 때 비교적 시장원리에 충실한 나라다.

다음으로 중국과 비교해 보더라도 FTA 체결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또 앞서 언급한대로 시장에 대한 신뢰도라는 측면도 미국이 우위에 있다.

일본과 비교하더라도 우리가 필요로 하는 투자부문에 있어서 일본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적다. 일본 스스로도 산업공동화를 염려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준비 소홀 지적에 대해선 이렇게 반박하고 싶다. 외교통상부 직원들이 교역현안을 죽 나열하는 것이 준비는 아니다. 그보다는 산업수준이 중요하다.

한국 산업이 현 수준에 와있으니까 미국하고 FTA도 맺을 수 있었던 것이다. 또 이번에 다뤄진 대부분의 이슈는 과거부터 논의해온 것이다.

다만,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부족했고, 정치적 반대파가 이를 악용한 부분은 있다고 본다.

▦최= 개방정책을 취하는데 있어서는 순서와 속도의 조정이 필요하다. 또 개방정책과 산업정책, 사회정책은 보조를 맞춰야 하며 구조조정과 그에 따른 보상도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사회적 반발이 심하면 개방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득마저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즉 이득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같은 측면에서 한미 FTA는 너무 강한 상대를 준비 없이 맞은 측면이 있다. 일본과 FTA는 5년을 준비했지만 결국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그에 반해 미국과의 FTA를 불과 5개월여의 준비 끝에 시작한 것은 성급했다.

_미국이 한국 FTA를 중국 포위 전략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필요를 이용해 우리가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았을까.

▦최= 협상을 미국이 정한 시한에 연연하지 않고 느긋하게 했어야 한다. 미국도 NAFTA 이후에 최대 규모인 이번 FTA를 추진하면서 경제적인 측면 외에 중국을 겨냥한 정치적 의도 등 원하는 바가 있었다.

따라서 우리가 좀 더 버텼으면, 미국 입장에서도 더 몸이 달았을 텐데 그 같은 상황을 활용하지 못한 면이 있다.

▦현= 정반대 시각도 있다. 혹자는 협상시한이 촉박했기 때문에 이번 FTA 타결이 가능했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에도 재계에서 미국과 FTA를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입장에서 시간이 넉넉했다면 한국과 굳이 FTA 타결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과거 우리가 외국인직접투자(FDI) 개방 시기를 놓쳤던 교훈도 되새겨야 한다. 1980년대 우리는 외자 유입은 모두 차관형태를 고집했다. 그 때 FDI를 허용했다면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것을 얻었을 것이다. 한미 FTA도 이번이 기회였다.

_한미 FTA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최= 늦었지만 복지체계부터 갖추어야 한다. 한국은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과 비교해도 사회보장제도가 취약할 뿐 아니라, OECD 국가 중 사회복지 지출 규모가 최하위다. 따라서 FTA 타결로 얻게 된 이득을 개방으로 인해 피해를 본 부문에 나누어 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그 같은 부분은 조세정책을 담당한 정부의 몫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아니면 누가 미국하고 FTA를 추진하겠냐고 했는데, 그 같은 배포라면 조세개혁을 먼저 했어야 했다. 준비 없이 추진되는 FTA의 여파를 생각하면 국회 비준이 무산돼 시간을 벌었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

▦현= 개방으로 손해를 보는 부문에 대해서는 피해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금액이 얼마든지 보상을 해야 한다.

문제는 보상의 규모보다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가가 하는 점이다. 국회에서 보상 액수를 둘러싸고 치열하게 다투면서도 정작 집행 과정을 철저히 관리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구조조정과 보상에 돈이 제대로 쓰이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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