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서 가장 부유한 스크루지'. 스웨덴의 세계적 조립식가구 회사인 이케아(IKEA)의 창업주인 잉바르 캄프라드(81)는 천문학적 재산보다 자린고비 행태로 더 유명하다.
추정 재산 280억 달러로 세계 4위의 갑부로 포천지는 분류했지만, 실제로는 530억 달러로 세계 1위라고 스웨덴 언론이 보도했다. 그는 지하철로 출근하며, 승용차는 15년이 넘은 낡은 볼보를 몬다.
비행기는 이코노미석에 타며 쇼핑을 할 때도 할인쿠폰을 챙긴다. 경영도 마찬가지여서 이케아 직원들은 의무적으로 이면지를 사용하고, 400km이내 거리에는 비행기를 이용할 수 없다.
▦ 단돈 한 푼에도 벌벌 떠는 그에게 국가에서 뭉텅 떼어가는 세금이 어떻게 느껴질지 짐작이 간다. 스웨덴의 높은 세금은 세계적으로 악명이 나 있다. 그가 30 여년 전 일찌감치 스위스로 이주해 살고 있는 이유다. 이케아의 소유 구조를 미로찾기처럼 복잡하게 만들어 놓은 이유도 절세 때문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렇다고 돈만 아는 수전노는 아니다. 유니세프의 최대 후원자의 한 명이며 예술 분야에도 많은 돈을 기부한다. "살아있는 동안 모든 것을 내놓고 무덤에는 한 푼도 갖고 가지 않을 것"이라며 전 재산의 사회환원을 약속했다.
▦ 세금을 피해 스웨덴을 등진 기업인은 캄프라드 뿐 아니다. 이케아에 이어 스웨덴 2위 기업이자 우유 용기인 테트라 팩으로 유명한 테트라 라발그룹의 소유자인 라우싱 가문 역시 스위스에 살고 있다. 지난해 9월 집권한 우파 정부는 이러한 자본 도피를 막기 위해 올해 안에 부유세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세금은 개인 순재산이 20만 달러를 넘을 경우, 초과분의 1.5%를 물린다. 그러나 한해 거둬들이는 부유세는 6,000억원이 조금 넘지만, 이를 피해 해외로 탈출한 돈은 200조원을 넘는다는 것이 폐지론자 주장이다.
▦ 스웨덴은 역사상 가장 완벽한 복지국가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영국이 표방한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넘어 '엄마 배속에서 천국까지' 무제한 복지를 제공했다. 그러면서도 높은 성장으로 경제의 선순환을 이뤄냈다. 그러나 세계화의 조류에 적응하지 못해 1990년대 초 외환위기를 맞았고, 복지모델은 수술대에 올랐다.
라인펠트 총리는 "부유세 폐지를 계기로 기업들이 사업에 적극 투자해 고용창출도 늘어나는 '보통국가'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스웨덴의 보통국가론은 성장과 복지를 병행하는 것이 얼마나 이루기 힘든 꿈인지 생생히 보여준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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