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의 미'가 아쉬웠지만 지칠 줄 모르는 '월드 스타'는 또 한 단계 성장했다.
'마린보이' 박태환(18ㆍ경기고)이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제12회 호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일정을 모두 마쳤다.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열린 자유형 1,500m 예선에서 15분03초62의 기록으로 전체 9위에 그쳐 아쉽게 결선 진출이 좌절됐지만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수영 사상 최초로 자유형 400m 금메달, 200m 동메달을 따 내는 눈부신 쾌거를 거두며 한국 수영의 대들보로 자리를 굳혔다.
박태환은 지난달 25일 열린 자유형 400m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랜트 해켓(호주)의 호주가 16년 간 지켜오던 아성을 깬 대이변이었다. 이어 27일에는 자신의 주종목이 아닌 단거리 200m에서 미국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와 경합 끝에 동메달을 목에 따냈다. 육상 100m 금메달에 비교될 만큼 한국 수영사에 길이 빛날 업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전초전에 불과하다. 한국 수영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남은 시간은 1년 6개월. 가장 기대를 모았던 1,500m에서는 훈련 부족으로 인한 체력 소진을 절감하며 아쉽게 탈락했지만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단점을 보완한다면 올림픽 다관왕도 가능하다는 것이 박태환의 전담 코치인 박석기 전 대한수영연맹 감독을 비롯한 수영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태환은 도하 아시안게임 직후 불과 2개월이라는 짧은 훈련 기간에도 불구하고 근력을 집중 보완해 스타트와 스피드에서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작은 키(183㎝)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턴 동작 이후 잠영 길이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의 저항을 덜 받을 수 있을 뿐더러 피치수(50m당 팔을 휘젓는 횟수)를 30회 이하로 줄일 수 있어 체력 소모도 그만큼 덜하게 된다.
단점을 극복하고 올림픽 메달을 위해 박태환은 귀국 이후에도 짧은 휴식 뒤 곧바로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다. 박태환의 몸은 더 성장 중이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내년이면 19세로 수영 선수로는 최절정기를 누릴 때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박태환의 한국 수영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은 장밋빛이다.
한편 박태환은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상금 1만7,000달러(약 1,600만원), 후원사인 스피도㈜로부터 9,000만원, 대한수영연맹으로부터 1,000만원 등 최소 1억1,600만원의 포상금을 받게 된다. FINA는 이번 대회에 금 1만2,000달러, 은 7,00달러, 동메달 5,000달러를 상금으로 내걸었고, 스피도㈜는 박태환과 후원 계약시 금 5,000만원, 은 3,000만원, 동메달 2,000만원을 각각 지급하기로 했다. 대한수영연맹은 아시아신기록에 500만원의 포상금을 주고 있다.
박태환은 3일 오후 6시 귀국할 예정이다.
한편 대회 8관왕에 도전하던 펠프스는 1일 오후 열린 400m 개인 혼영에서 4분06초22의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추가했지만 자신은 참가하지 않은 400m 혼계영 예선에서 동료들이 탈락하는 바람에 7관왕에 만족해야 했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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