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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FTA, 이제 '국내 협상'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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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FTA, 이제 '국내 협상'이 문제다

입력
2007.04.03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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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월 간에 걸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극심한 산고 끝에 사실상 합의에 도달했다고 한다. 막바지에 이틀 연장된 협상 시한은 최종 조율을 위한 실무 작업기간의 성격이 짙다.

한미 FTA는 오랜 정치적 동맹관계를 유지해온 두 나라가 이제 시장 통합을 통해 경제적으로도 하나가 되는 역사적 사건이다. 나아가 한국으로서는 자발적 개방을 통해 국제적 통상외교의 주도권을 쥐고 누구와도 경쟁하겠다는 도전장을 던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한미 FTA가 국가적 도약을 이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이해한다. 지역적, 양자적 무역협정인 FTA는 세계 교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대세가 되고 있다. 대외 무역의 비중이 경제의 70% 이상인 우리나라가 맺은 FTA는 칠레, 싱가포르 등 6개국 뿐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FTA로 세계 흐름에 뒤처진 통상 외교에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정부 전략이었다. 지난 10년 간 3%에서 2.6%로 매년 추락하고 있는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국내적으로도 미국의 자본과 앞선 기술, 노하우를 받아들여 제도와 관행을 선진화하는 촉매제 역할이 기대된다. 실제로 일본은 막대한 무역흑자를 안겨주고 있는 한국이 핵심 기술의 수입선을 미국으로 바꿀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효과 극대화ㆍ피해 최소화 방안 찾아야

그런 점에서 전반적인 협상 결과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정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협상에 뛰어드는 바람에 협상을 주도하기보다 미국에 끌려 다닌 경우가 많았고, 이는 반대여론 확산의 결정적 근거가 되었다.

서비스 산업 경쟁력 향상이 핵심적 목표였는데 교육, 의료 분야가 모두 빠짐으로써 그 효과가 반감할 수밖에 없게 됐다. 쌀이 제외된 것은 다행스러우나 우리가 요구해온 자동차와 섬유, 무역규제에 대한 미국의 양보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개성공단 물품의 원산지 인정 문제가 추후 협상대상으로 넘어간 것도 유감스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 결과는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 가능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FTA가 가져올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나 국내 여론을 감안할 때 당초보다 낮은 수준의 협정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미국과의 협상은 타결됐지만 이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 내는 '국내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협상 기간에 드러난 반대 여론의 강도를 감안할 때 험난한 시련이 예상된다. 비준을 낙관하기도 어렵다.

반대 여론을 극복하고 국민적 합의 하에 협정을 최종 성사시키기 위해서 정부의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미 FTA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정적 충격은 최소화하는 대책을 조속히 내놓아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는 한미 FTA로 인해 영향을 받는 분야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폭 넓게 참여해 국가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개방 충격으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점진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어느 분야보다 타격이 클 농업 분야의 피해를 줄이고 미국의 거대농과 맞설 수 있는 경쟁력 확보 방안이 필수적이다. 서비스 산업 분야와 중소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함으로써 한미FTA가 양극화 심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일도 절실하다.

● 더 중요해진 정치권의 협상력ㆍ정치력

한미 FTA를 미국 수출 시장 확대라는 미시적 목표를 넘는 경제 선진화의 도약대로 삼으려면 규제를 혁파하고 제도의 선진화와 투명화를 통해 자유롭고 활력 있는 경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다른 나라와의 FTA에도 적극 나서 동북아 FTA 허브로, 나아가 경제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동시 다발적인 FTA는 특정 국가와의 관계에서 오는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미 중국 같은 나라는 지역적 경제 주도권을 미국에게 내 줄 것을 우려해 유리한 조건으로 FTA 체결을 희망하고 있다.

한미 FTA의 운명은 이제 정치인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국회의 비준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둔 시점인 만큼 여론에 휩쓸리거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일 위험성이 크지만, 정치권은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며 진지한 논의를 해주기 바란다. 협상 기간에 드러난 극심한 대립과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녹여내고 국민적 지혜를 모으는 정치력을 기대한다.

한미 FTA가 우리 경제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일방적으로 단언하기 어렵다. 시장은 활짝 열렸지만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지, 일방적으로 시장만 내어주는 추락공간이 될지는 전적으로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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