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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車, 독일의 벽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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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車, 독일의 벽 넘어라

입력
2007.04.03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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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막판 걸림돌로 작용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2일 새벽 극적 타결되면서, 두 나라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수준과 FTA의 이해 득실에 대해 국민들의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차의 경쟁력이 미국차에는 앞서지만 독일ㆍ일본에는 뒤지고 있으며, 미국 주장이 관철됐지만 미국차의 국내 수입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미국과 독일ㆍ일본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다. 미국이 절대적인 기술수준에서는 여전히 한국을 앞서지만, 양산차 분야에서는 한국에 뒤진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실제로 최근 두 달간 국내 업계에서는 한국의 샌드위치 신세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잇따랐다. 독일 BMW는 최근 ‘한국 부품업체의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이미 합의했던 투자 상담 행사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BMW는 지난해 국내 10개 업체와 구매상담을 벌였는데, 올 5월에도 국내 업체 20개사를 독일로 초청할 예정이었다.

BMW는 한국 업체 대신 가격 경쟁력이 높은 동남아 국가와 손을 잡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방한한 아우디의 루퍼트 슈타틀러 회장도 “한국 업체를 방문했는데, 기술력이 아우디의 최고급 승용차인 A8에 장착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평가절하했다.

반면 미국은 ‘한국 업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으며, 성공 가능성이 크다’며 다음달 대규모 투자사절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리만 브러더스 주관으로 연ㆍ기금과 투자은행 등 미국의 ‘큰 손’들이 방한, 국내 업체와 최소 1억 달러 이상의 투자 상담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전세계 모든 자동차가 각축을 벌이는 미국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평가도 ‘독일 > 한국 > 미국’ 순서로 나타나고 있다. 가격이 비슷한 독일 BMW와 아우디, 한국 현대차와 미국 크라이슬러 차량 가운데 미국 소비자들은 독일제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차 구입 초기의 사소한 고장 유무 등 객관적 품질에서는 한국차가 가장 높은 점수를 얻고 있지만, 성능이나 스타일, 안락함 등 실제 만족도와 직결된 감성 품질은 독일차가 한국과 미국차를 앞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성 품질의 차이가 진정한 기술력의 차이”라며 “한국차가 독일ㆍ일본차와 맞먹으려면 내구성과 감성품질 수준을 더욱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FTA 체결로 관세가 철폐되더라도 미국 업체의 경우 경쟁력이 떨어져 큰 실익을 얻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미국 차에 붙는 관세가 철폐되면 미국 차 값은 7.4% 하락하지만 판매 증가율은 2%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ㆍ일본의 경쟁사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워낙 낮아 가격을 10% 내려도 예상 수요 증가율이 2%에 머물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 주장에 따라 그 동안 수입차에 불리하게 적용됐던 국내 제도가 개선될 경우 독일ㆍ일본 업체가 반사이익을 챙길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크라이슬러코리아나 포드코리아 등은 FTA 타결을 계기로 대대적인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그 동안 유럽 생산 모델을 판매했던 크라이슬러는 미국산 차들을 대거 들여올 예정이며, 포드와 GM코리아도 인기모델 판촉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편 현대차와 기아차 등은 미국 현지 생산비중을 높이고 있어 FTA 체결에 따른 관세율(2.5%)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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