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은 양국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한반도 역외 가공지역위원회’를 설치, 향후 한반도 비핵화에 진전이 있는 경우 개성공단을 포함한 남북경협지역에서 생산되는 상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 미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이는 앞으로 개성공단뿐 아니라 북한내 다른 지역에서 한국 기업이 생산한 제품도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것으로, 남북경협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2일 서울 햐얏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 FTA 협상 타결을 공식 발표했다. 이혜민 한미FTA 기획단장은 “‘한반도 역외 가공지역위원회’는 협정문이 발효된 후 설치된다”며 “한반도 비핵화에 진전이 있는 경우나 남북관계에 이익이 되는 경우 등 몇 가지 포괄적인 전제를 뒀다”고 말했다.
양국은 농업 섬유 등 상호 민감 분야의 개방은 예상보다 수준을 낮춰 합의를 끌어냈다. 한국의 쇠고기 관세(40%) 철폐 시한은 15년 후로 늦춰졌고, 세이프가드(일시 수입제한 조치)를 도입키로 했다. 돼지고기는 10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되며, 오렌지는 수확기에만 현행 관세가 유지된다. 쌀은 개방 대상에서 제외됐다. 미국은 섬유 분야에서 수입액 기준으로 61%만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했다.
미국은 3000㏄미만 승용차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3000㏄ 이상 승용차는 3년, 타이어는 5년, 픽업트럭은 10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 대신 한국은 자동차 특소세(2000㏄ 이하 5%, 2000㏄ 초과 10%)를 3년내 5%로 단일화하고, 자동차세 단계를 5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기로 했다.
프로그램 공급업자(PP)에 대한 외국인 간접투자가 100% 허용되는 등 케이블TV 콘텐츠 시장도 사실상 완전 개방됐다.
김 본부장은 뼈 포함 쇠고기의 수입 여부에 대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제수역사무국(OIE)의 판정결과가 나오는 5월 이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OIE 판정 결과가 나온 뒤 미국이 위생조건 개정을 정식 요청하면 양자간 기준 개정을 통해 수입할 수 있다는 원칙이 서 있으며, 이는 FTA와 상관 없는 것”이라며 “구두약속이나 이면합의는 없다”고 밝혔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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