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일을 끌어온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로써 한국과 미국은 안보동맹에서 경제동맹 관계로 진입하는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 그러나 정부는 한미 FTA로 피해가 불가피해진 농업 분야 등에 대한 후속 대책 마련과 반대 여론 극복 등 해결 과제도 함께 떠안게 됐다.
한미 양국 협상단은 1일 쇠고기를 포함한 농업, 자동차, 섬유 등 그 동안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던 핵심 분야에서 합의점을 찾았다. 양국 협상단은 2일 새벽까지 일부 전제조건 및 조항에 대한 기술적 조정 작업을 거쳐 2일 오전이나 낮에 타결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부분 핵심 쟁점 분야에서 우리 측에 상당히 유리하게 타결됐다”며 “당초 2일 새벽에 일단 타결 소식을 발표하려 했으나 미국측과 협상단의 입장을 감안해 보류했다”고 말했다.
양국 협상단은 미국산 뼈 포함 쇠고기의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검역 완화에 대해 한국 정부가 문서로 약속하지 않는다는데 합의했다. 또 양국은 3000 ㏄ 이하 승용차에 대한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했다. 이 관계자는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도 우리측에 유리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방송ㆍ통신, 지적재산권, 의약품 분야 등은 미국의 요구가 상당 부분 관철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ㆍ통신 분야에 대한 외국인 투자제한이 더 완화하게 됐고, 미국의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 요구도 받아들여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1일 오후 9시30분 청와대에서 권오규 경제부총리 주재로 긴급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개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등 협상단으로부터 합의안 내용을 듣고 최종 점검을 마쳤다. 노무현 대통령도 김 본부장으로부터 협상 내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최종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대외경제장관회의를 마친 뒤 협상장인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만나 최종 담판을 벌였다.
앞서 농업 분과장인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이날 저녁 기자들에게 “협상이 오전보다 진전이 있다”고 전했다. 농업 분야는 쇠고기, 오렌지, 낙농품의 관세 철폐 기간을 두고 대치했으나 상호 양보안이 오가면서 타협이 이뤄졌다. 섬유 분과 고위급 협상 대표인 이재훈 산업자원부 2차관도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며 “우리가 필요한 양허(개방)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으며, ‘리걸 이슈’(법률적 문제)에 대해 집중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분야 협상 대표인 김성진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은 "금융 단기 세이프가드 도입(외환 위기시 송금 일시금지) 문제를 제외한 쟁점들(우체국보험의 FTA 적용 여부 등) 모두 정리됐다"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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