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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타결/ 뭘 주고 뭘 얻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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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타결/ 뭘 주고 뭘 얻었나

입력
2007.04.03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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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로 끝날지, 결렬로 끌날지 막판까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것은 양국이 서로 유리한 분야에서 가능하면 개방 수준을 높게 하려는 전략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서로 관심이 적은 분야에서는 ‘낮은 수준’의 타결을 받아들인다 해도, 기대이익이 높은 분야에서 ‘낮은 수준’의 타결을 한다는 것은 결렬과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미국이 줄곧 완전 개방 요구를 고수한 분야는 역시 농업이었다. 미국은 쇠고기(40%), 돼지고기(25%), 오렌지(50%), 사과(45%) 등 민감 분야의 관세를 즉시 혹은 3~5년 내 완전 철폐하라고 한국을 압박했다. 민감 품목의 관세 철폐 시기를 최대한 늦추려는 한국측 입장과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했다.

쇠고기 관세는 전국 축산 농가의 운명을 쥐고 있고, 오렌지는 감귤의 대체상품이기 때문에 제주 감귤농가에게는 쌀과 같은 위상인 만큼 반드시 막아야 할 품목이었다. 농업 분야 고위급 협상 한국측 대표인 민동석 농림부 통상정책관은 “마지막 날까지 양측의 입장차가 커 막판 치열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농업 분야에서 최소한의 민감 품목 외에는 거의 모든 품목의 관세가 조기 철폐되는 ‘높은 수준’의 개방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한국은 자동차, 섬유 등 상품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개방을 요구했다. 상품 분야는 이미 지난 8차 협상에서 LCD모니터 기계류 등까지 추가 개방을 하기로 합의, 수입액 기준으로 한국측이 79.1%, 미국측은 66.5% 규모에 대해 즉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동차와 섬유 분야를 놓고 관세 철폐 시기를 끝까지 늦추려 했고, 한국은 반대로 빗장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자동차의 경우 미국은 승용차의 관세 철폐는 3년, 상용차의 관세 철폐는 10년으로 제시했다. 이에 맞서 한국은 승용차는 즉시 철폐, 상용차는 3~5년내 철폐를 요구해 양국 자동차 협상은 끝까지 진통에 진통을 거듭했다.

지적재산권 분야도 저작권자 사망 후 저작권 보호기한을 50년에서 70년으로 늘리고, 비위반 제소(협정위반이 아니어도 기대이익이 침해될 경우 국제소송을 낼 수 있는 제도)를 인정하는 방안을 한국이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져 높은 수준의 개방이 이루어진 대표적 분야가 됐다.

방송ㆍ통신 분야에서는 외국인 지분 제한 완화나 더빙 방송 허용 등의 쟁점에서 양국이 각각 한가지씩 양보해 중간 수준의 개방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비스, 금융 분야를 중심으로는 낮은 수준의 개방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의 경우 공공서비스, 교육, 의료, 화물택배 시장 등 80여개 분야가 개방에서 제외됐다.

금융서비스도 법인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외국 금융기관과 직거래를 하는 것은 허용됐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해 개인들의 국경간 금융 거래는 허용하지 않기로 협상 초기에 이미 합의했다. 또 상대적으로 금융 분야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국은 금융 단기 세이프가드(외환 위기시 송금 일시중지) 도입 등을 관철하기 위해 협상 마지막까지 미국과 대치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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