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을 비롯한 유력 신문들이 지난달 말 일제히 한 여성 공무원의 정년퇴직 기사를 일제히 실어 눈길을 끌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총리 관저의 살아있는 사전’이라고 불린 여성 내각 사무관 오츠카 가즈코(大塚和子ㆍ사진)로 3월30일 60세 정년을 맞아 다음날 퇴직했다.
오츠카 전 사무관이 뉴스의 초점이 된 것은 36년 2개월간 총리 비서관실에 근무하면서 사토 에이사쿠(佐藤英作) 전 총리에서 현재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까지 19명의 총리를 모신 총리실의 ‘터줏대감’이기 때문이다. 그간 2차대전의 상흔을 딛고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일본의 현대 정치 현장의 막전 막후를 지켜본 산 증인이기도 한다.
오츠카 전 사무관은 언론 매체의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을 고사하며 “한 토막 한 토막을 가슴 깊은 곳에 접어두고 조용히 물러 나겠다”고 마지막까지 ‘그림자 역할’에 충실할 생각임을 내비쳤다.
그는 니가타(新潟)현 호리노우치(堀之內) 출신으로 1965년 총리부에서 공직을 시작했고 사토 내각 당시인 1971년 2월 총리부 통계국에서 총리 비서실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총리의 일정을 조정하고 전화 응답, 내빈 접대를 비롯해 총리와 비서관의 식사 등 사실상 총리실의 ‘안주인’으로 일했다. 역대 총리에겐 가장 지근의 스탭으로서 근무한 오츠카 전 사무관는 지금까지 일체의 잡음이 없었던 것은 물론 관저 안팎에서도 두터운 신뢰와 호평을 받았다.
오츠카 전 사무관은 줄기찬 인터뷰 요청에 못 이겨 일부 언론에 서면을 통해 자신이 모신 최고 권력자들의 진면목을 살짝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총리 한 분 한 분 개성이 강했지만 모두 존경할만한 훌륭한 분들”이라며 “즐거운 일도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하나 하나가 역사이고 나의 귀중한 추억이다. 주위 분들로 인해 복을 받은 행운아”라고 관저 생활을 돌이켰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9일 밤 오츠카 전 사무관에게 “아버지(아베 신타로 전 외상)가 관방장관 재임 때를 따지면 부자 2대를 보살핀 셈이다. 오랫동안 수고한데 감사하다”고 치하한 뒤 도쿄의 음식점에서 송별연을 직접 주재, 노고를 위로했다.
정년 퇴임한 오츠카 전 사무관은 고향인 니가타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흔 스포츠한국기자 viva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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