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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통화 주변국의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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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통화 주변국의 설움

입력
2007.04.03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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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및 엔화의 저평가 상황을 두고 국제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거센 불만과 압박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그저 위안화 평가절상의 시늉만 내고 있을 뿐이고, 일본은 엔화 평가절상의 고비가 될 금리인상을 요리조리 미루는 모습이다.

● '이너 서클'은 결코 피 안 흘려

급기야 미 상원은 지난 주 중.일 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몰아붙이면서 일종의 '환율 보복법'을 추진하겠다고 엄포를 놓기에 이르렀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중.일 간에 곧 통화전쟁이라도 벌어질 듯한 분위기다. 그러나 정작 '통화 열강'들의 마찰에 속이 타는 건 '고래싸움'의 '새우' 격일 수 밖에 없는 '통화 주변국'이다.

서로 곧 물어뜯을 것처럼 으르렁거리지만, 미국이나 중국, 일본이 환율 갈등 때문에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기존 서방선진7개국(G7)에 중국과 러시아를 더한 'G10'끼리는 공멸을 피하기 위한 그들만의 협의 시스템이 가동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질서를 주도하는 이 '이너 서클'들의 시스템은 G7~10 경제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같은 공식창구나,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의 비공식 회의체인 '바젤모임'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너 서클'들은 이 시스템을 통해 국제 환율의 흐름을 설계하고, 그에 맞춰 움직이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 정보를 갖고 상황변화에 대응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비정상적인 엔저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1985년 9월의 '플라자합의'나, 그 반대 상황을 겨냥한 95년 4월의 '역 플라자합의' 등은 파국을 피하기 위한 '이너 서클'간의 타협인 셈이다.

똑 같이 '집이 곧 무너진다'는 경고를 들어도, 집의 구조적 약점을 직접 확인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감은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너 서클'에서 배제된 '통화 주변국'들은 구체적 정보가 없어 경고를 실감하기 어려운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 재난은 결국 '주변국'의 몫

꼭 10년 전인 97년 태국에서부터 시작돼 우리나라까지 아시아를 휩쓸었던 경제위기도 그런 경우다. 엔화가치가 치솟으면서 강력한 저가제품 경쟁력을 갖게 된 아시아의 신흥공업국들(NICS)은 엄청난 수출호황을 누렸다. 여기에 막대한 엔화자본이 아시아에 뿌려지면서 유례없는 투자붐도 함께 일어났다.

이들 '통화 주변국'들은 호황이 끝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역 플라자합의'에 따른 엔화의 급격한 약세 반전이 몰고 올 엄청난 재난에 대해 감조차 잡지 못했던 것이다.

최근 위안화와 엔화 가치를 둘러싼 국제적 갈등은 10년 전 '주변국'으로서 겪었던 설움을 떠올린다. 재난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상황을 주시해야겠지만, 통화질서에 관한 협의가 여전히 '이너 서클'끼리만 이루어지는 지금의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국제적 노력도 함께 모색돼야 할 필요를 느낀다.

장인철 뉴욕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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