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막판 쟁점이었던 쇠고기를 포함, 농업과 자동차 분야에서 나름대로 선방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막판 협상의 걸림돌이었던 금융분야 세이프가드(일시송금 제한) 도입과‘투자자-국가간 소송제(ISD)’문제도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매듭지었으나, 지적재산권과 방송 등에서는 많은 것을 내줬다. 주요 쟁점별 타결 내용을 살펴본다.
농업 분야에서 우선 쌀은 예상대로 시장개방 대상에서 제외됐다. 막판 쟁점이었던 쇠고기관세는 당초 목표대로 15년 내,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10년 내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키로 하는 등 대부분 민감품목에서 장기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됐다.
오렌지는 국내산 유통 기간인 9월부터 2월까지 현행 50% 관세를 그대로 유지하되, 그 외의 시기에는 계절관세 30%를 7년간 적용한 뒤 철폐하고,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미국에 연간 2,500톤 허용하기로 했다.
식용 감자, 식용 대두, 천연꿀, 탈지분유, 전지분유 등 5개도 저율관세할당 물량만 부여하고 현행 관세는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고추, 마늘, 양파 등에 대해서도 세이프가드와 저율할당관세(TRQ), 장기이행 기간을 부여 받게 됐다. 쇠고기 검역문제는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광우병 위험등급 판정이 나온 후 해결키로 양측이 의견을 모았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미국이 한국차 대미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승용차 및 관련 부품의 관세(2.5%)를 폐지키로 했다. 자동차 관련 품목 29개 가운데 5개를 제외하고 한국측 요구가 수용됐다.
승용차의 경우는 3000cc 미만에 대해서는 즉시 관세철폐, 3000cc 이상은 3년 내 관세철폐로 타결됐다. 또 타이어는 5년, 픽업트럭은 10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
대신 한국도 수입차량에 대한 관세(8%)를 즉시 철폐하고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 세제를 현행 5단계에서 3단계로 간소화하며, 특소세도 현행 10%에서 3년 내 5%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섬유도 당초 요구했던 수준은 아니지만 미국측 수입액 기준으로 61%에 대해 즉시 관세를 철폐하고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에 대해 원사기준(얀 포워드) 적용예외를 부여키로 했다.
한국도 세이프가드와 우회수출 방지와 관련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수준에서 합의안이 도출됐다.
무역구제의 경우 무역구제위원회를 설치키로 했다. 또 조사 개시 전 사전통지 및 협의, 가격 또는 물량 합의에 의해 조사를 중단할 수 있는 제도에 합의했다.
특히 상대국이 실질적 피해의 원인이 아닌 경우 다자간 세이프가드 적용대상에서 재량적으로 제외키로 합의했다. 의약품 분야에서 미국은 줄기차게 요구해온 신약 최저가 보장 요청을 접었다.
한미 양국은 독립적 이의신청절차 마련 등 건강보험 약가제도의 투명성 제고, 의약품 시험기준 및 복제약 시판허가 상호인정을 위한 협의를 개시키로 했다.
또 의약품 지적재산권 관련 사항은 대부분 현행 국내 규정 수준으로 합의했으나, 복제의약품 시판허가 시 특허침해 여부 검토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대로 저작권 보호기간을 현행 저자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법률 서비스는 3단계로, 회계서비스는 2단계로 개방키로 합의했다.
방송ㆍ통신서비스에선 49% 이하로 돼있는 방송 프로그램 제공업체(PP)의 외국인지분 제한을 철폐, 빗장을 완전히 풀었다. 또 지상파 프로그램의 편성 쿼터 역시 부분적으로 개방키로 했고, 외국방송의 재송신 더빙은 불허하기로 했다.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투자 한도는 현행 49%를 유지키로 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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