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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아 개인전/ 내 마음의 텅빈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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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아 개인전/ 내 마음의 텅빈 의자

입력
2007.04.03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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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의자 하나하나가 사람처럼 보인다. 시무룩함, 수줍음, 고집스러움, 허영심, 즐거운 공상, 다치기 쉬운 연약함, 외로움, 일그러진 마음, 부끄러움….

서울 관훈동의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4일 시작하는 손진아(40)의 개인전 의 의자 그림들은 다양한 표정을 띠고 있다. 주로 정면을 향한, 더러 옆으로 놓인 의자들은 개인의 초상 같다. 여러 폭이 한 작품을 이루게 나란히 걸린 그림은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나 가족 사진처럼 보이기도 한다.

등받이와 방석 부분을 이리저리 휜 체스판 무늬로 채운 그림 속 로코코 스타일 의자에서는 요철이 느껴진다. 엠보싱 처리한 장식적 문양이 깔린 배경에는 검은 점이 둥둥 떠다닌다. 아크릴 물감에 반짝이를 섞고 표면에 바니쉬를 조금 두텁게 발라서 은은한 광택이 나는 이 그림들은 보기에 아름답고 인상적일 뿐 아니라 마음의 다양한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전시장 3개 층을 다 써서 의자 그림 외에 조각과 설치까지 선보이는 이번 전시의 백미는 높이 6m의 대형 설치작품 다. 의자 다리를 한 줄로 잇댄 가냘픈 기둥과 얼크러진 검은 전선을 천정까지 닿게 수직으로 설치하고, 문양을 투각해서 종잇장처럼 구긴 스테인리스 철판을 꼭대기에 올려 놨다. 1층에서 올려다 보거나 2층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평면 작업의 의자를 3차원 공간에 펼친 것이다. 그림에 등장하는 점과 문양은 각 바닥에 놓인 붉은 구슬과 철판에 투각한 무늬로 다시 나타난다. 의자 그림들과 조응하도록 섬세하게 연출한 이 작품은 2층에서 쏘는 붉은 조명과 초록색 레이저 빛을 받아 더 환상적인 느낌이 난다. 가느다란 기둥 위에 거대한 꽃처럼 피어난 스테인리스 철판은 빛을 받아 반짝이는 표면과 거기 새겨진 투각 문양이 벽에 그리는 그림자와 어울려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눈 먼’ ‘닫힌’ 등 여러 의미로 읽을 수 있는 ‘Blind’ Mind에 대해 작가는 “내 마음 속에 묻혀 있는 감정의 흐름을 표현하고자 한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10년이 넘게 의자를 그리고 있는 이 작가에게 의자는 내면의 풍경이자 자아의 초상이다. 텅 빈 의자는 곧 자화상이다. 그는 “나에게 자화상이란 결국 내가 있는 이 자리, 혹은 내가 있을 자리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체스판 무늬, 여러 모양의 기둥, 거울처럼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스틸, 투명한 합성수지 등 그가 사용하는 형태나 소재는 심상 풍경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다. 예컨대 스테인리스 스틸은 내면의 거울이자 차가운 현대사회의 단면을, 싸구려 냄새 나는 색색깔의 투명한 합성수지는 치장과 가식을 뜻한다고 한다. 작가 노트에 그는 이렇게 썼다. “오랜 시간 자신을 돌아보는 습관에서 비롯된 나의 작업은 고립된 인간의 외로움, 희망, 기다림을 나타내고자 한다.”

이번 전시의 의자 그림들은 평면성이 강했던 예전 작품에 비해 질감이나 구성에서 좀 더 입체적이다. 특정 부분에 물감을 두텁게 올려 튀어나오게 바르거나, 정면 위주이던 의자의 각도를 돌리거나 소용돌이치듯 배치한 것을 볼 수 있다. 합성수지나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의자 다리 모양의 조각, 합성수지 소재의 샹들리에 조각도 이 작가의 작업이 평면을 넘어 공간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17일까지. (02)725-1020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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