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됨으로써 이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국회 비준을 앞두고 그 책임이 더 커진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심해졌다. 국회는 비준 권리를 행사하는 기구이기도 하지만 국가 미래의 새로운 틀을 결정 지을 중대한 관문이기도 하다.
협정을 보는 시각과 이해 관계에 따라 거세게 전개되는 찬반 입장들은 정치권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격돌하는 중이다. 국익을 극대화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두고 합리와 이성, 원칙과 논리를 중심으로 한 토론을 이끌어야 할 책임이 정치권에 있다.
정치권의 토론은 찬반의 진앙지가 될 수도, 그 반대의 무대가 될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맹목적이고 무책임한, 투쟁 지향적 논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협정 타결 이후 거쳐야 할 절차를 예상하며 가장 경계하게 되는 것은 연말 대선의 일정과 맞물려 정쟁과 선거 도구로 훼손될 위험성이다. 몇몇 정치지도자가 협상 막바지에 반대 단식 농성을 벌인 일을 보면서 지울 수 없는 우려다.
주요 정당의 지도부는 세부 협상 내용을 철저하게 따질 것을 다짐하며 그에 따라 비준 동의 여부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협상 타결이 대통령과 정부의 주도와 결단, 각고의 노력 속에 이루어지긴 했지만 결과와 내용에 대해 정밀하고도 종합적인 분석과 검증을 하는 작업은 국회의 몫이자 의무이다. 미리 앞질러 옹호 일변도로 가서도 안 되지만, 무조건 무효화를 외치는 것도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국민 생활 곳곳에 중ㆍ장기적으로 미칠 효과와 영향을 생각하면 각 정당이 당론으로 입장을 정하는 것도 능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은 양식과 소신에 따라 냉철한 판단을 해야겠지만 찬반행위는 어디까지나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타산적 합리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벌써부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조공 협상"이니 "대국민 사기극"이니 하는 선동적인 구호들을 구 여당 주역들이 제창하고 있다. 찬반 논쟁의 틈새에서 협정을 선거용 소재나 지지 관리, 세력 결집에 써 먹으려는 유혹을 정치권에 용납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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