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을 사로잡는 설치작업과 회화ㆍ사진ㆍ조각ㆍ영상 등 다양한 매체 작업으로 잘 알려진 스위스 작가 우고 론디노네(44)의 개인전이 아라리오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달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가 연 유럽 현대미술전 <우리들의 마법 같은 시간> 에 참여했던 작가다. 당시 노란 합성수지로 본뜬 올리브 고목과 눈 내리는 풍경, 막힌 창문의 설치작업으로 간결하면서 탐미적인 공간을 연출해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우리들의>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 여는 첫 개인전으로 과녁과 창문 그림 7점과, 수천 장의 사진으로 벽을 덮은 설치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림은 1층에 있다. 베니어 판으로 막은 벽의 검은 문을 지나 전시장으로 들어간다. 그 안에 다른 세계가 있음을 암시하는 장치다. 노랑, 파랑, 빨강의 형광색 동심원을 그려넣은 지름 220㎝의 둥근 과녁은 한참 보고 있으면 최면 효과를 일으킨다. 마치 마음 속 깊이 숨겨진 무엇을 끄집어내는 강력한 자석 같다. 나무 덧문의 문짝에 그린 창문은 막혀 있다. 밖이 보이지 않는 닫힌 창문은 자폐 상태의 내면 세계를 가리키는 것일까.
1층 그림들의 추상적이고 심리적인 이미지는 2층으로 올라가면 돌로 지어진 이탈리아의 아주 오래된 도시 풍경으로 바뀌어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 계단과 문, 창문, 마을 풍경을 찍은 흑백 사진 수 천장을 복사해서 이리저리 꺾인 5개의 벽에 다닥다닥 붙여놨다. 사람이 살지 않거나 낡디 낡은 돌집, 실내의 어둠과 바깥의 밝은 햇빛이 강한 대조를 이루는 창문이 차가운 무덤이나 유령의 도시를 연상시키는 이 사진들은 관객을 아득히 먼 시간 속으로 끌고 간다. 제목이 <마룻장 밑의 심장 박동(heart beat under floor board)> 인 이 작품은 작가가 비닐봉지에 숨을 불어넣으면서 녹음한 소리와 하나를 이룬다. 사진을 붙여놓은 5개의 벽 중 하나에는 열쇠구멍 모양이 숨어있다. 죽은 혹은 죽은 듯이 보이는 도시의 숨소리와 풍경 속에 파묻힌 열쇠구멍은 이 의미심장한 작품의 상징성을 더욱 깊이 있게 부각시키고 있다. 20일까지. (02)723-6190 마룻장>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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