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개교 2년 '가평 청심국제중학교' 탐방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개교 2년 '가평 청심국제중학교' 탐방

입력
2007.04.03 01:02
0 0

경기 가평군에 있는 청심국제중. 국내 최초의 사립 국제중이다. 수도권 지역의 유일한 특수목적중학교이기도 하다. 지난해 문을 열었다. 올해 두 번째 신입생을 받을 정도로 역사가 일천하지만,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관심은 뜨겁다. 서울 강남 등 유명 학원가에선 이 학교 입학을 목표로 삼고 있는 초등학생을 위한 학원 강좌(주로 영어)가 별도로 있을 정도다. 석ㆍ박사급 교사진, 전 과목 영어 강의(국어 제외), 다양한 특기 적성 교육 등을 강점으로 내건 이 학교를 찾았다.

활기로 가득찬 영어 수업

1학년 2반의 3교시 과학 수업 시간. 이근정(25ㆍ여) 교사는 프로젝트 빔과 칠판 사이를 오가며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How can the resonance be useful? (공명(共鳴)은 우리 생활에 왜 이롭지?)” 그러자 학생 가운데서 “Resonance can produce stronger, clearer sounds in musical. (뮤지컬 공연 때 관객들이 듣는 음을 더 강하고 맑게 해 줘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질문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What damage can be caused by resonance? (그럼 공명이 주는 피해는?)”

이날 수업은 활기찼고, 대화는 막힘이 없었다. 수준도 꽤 높아 보였다. ‘파동의 특성’ 수업에서 학생들은 정상파와 공명 현상을 복습한 후 ‘팝 퀴즈(Pop Quizㆍ불시에 치르는 쪽지시험)’도 봐야 했다. 눈에 띄는 것은 학생 옆 자리에 높여 있는 바퀴 달린 트렁크. 가방 주인인 학생이 “교재가 대부분 두꺼운 영어 원서라 이동식 수업 때 들고 다니기가 어렵다”고 말해 비로소 이유를 알게 됐다.

같은 시각 옆 교실에선 원어민 교사의 종교 수업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1학년 학생들은 수업 과제였던 ‘사후 세계’에 관해 한 친구의 발표가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유창한 영어로 질문을 퍼부어댔다. “무언가를 열심히 준비하고 남 앞에서 당당히 발표하는 것이 힘들지만 재미있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1학년 안재동군은 “초등학교 땐 수학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 곳에서는 수학 선생님이 ‘왜(why)?’라는 말을 하도 물어보는 통에 공부도 많이 되고 수학도 흥미를 느끼게됐다”고 말했다.

기숙사 생활의 즐거움

청심국제중 학생들의 일과는 아침 6시에 시작된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라 그런지 아침 잠이 너무 그립다는 친구도 있다. 간단히 인원 점검이 끝나면 아침밥 먹기 전까지 태권도 등의 운동을 하러 흩어진다. 4월에는 청평호에서 조정(漕艇) 수업도 받는다. 학생들은 더욱 신이 난 표정이다. 낮 수업이 끝나면 특강과 자율학습 시간이 이어지는데, 주로 개인 자습 시간을 “과제 준비에 쏟는다”고 대답하는 학생이 많았다. 학교가 무엇보다 창의사고력을 강조하며 대부분 수업을 발표 위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수업에 적응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는 윤나라(1학년)양은 “그래도 매우 실력이 높은 선생님한테 배운다고 생각하니 학교 생활이 즐겁다”고 말했다.

이제 막 초등학생 티를 벗은 학생들에게 기숙사 생활은 어떻게 다가올까. 오민재(1학년)군은 “여기가 (집보다) 더 자유롭다”고 말했다. 부모가 들으면 섭섭하기도 하겠지만, 일단은 “학원 가라”, “공부해라’ 하는 간섭이 없지 않느냐는 뜻이다.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먹고, 자는 일도 한편으론 낯설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신나는 일이기도 하다. 유채연(1학년)양은 “개성이 저마다 강하면서도 실력이 우수한 친구들이 많아 큰 도움을 얻는다”고 말했다.

오후 9시가 되면 모두가 기다리던 간식 시간이 온다. 옥수수나 케이크ㆍ빵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한창 클 나이에 있는 학생들은 “학교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뭐냐”는 질문에 저마다 “간식이 부족하다”며 아우성이다.

1년 동안 변화는?

개교한지 불과 1년이 지났지만 청심국제중의 변화는 두드러진다. 이 학교는 지난해 고교 과정에 ‘대학과목 선이수제도(AP)’를 도입했으며 올해엔 학교가 공식 AP 테스트 센터로 인정 받았다. AP제도는 우수한 실력을 가진 고교생들이 대학 이수과목을 미리 배우고 나중에 대학에 갈 때 그 학점을 인정 받도록 하는 제도다.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반드시 AP 테스트 센터로 공식 인정을 받은 학교에서 시험을 치러야 한다. 올해 높은 신입생 경쟁률에 고무된 청심국제중 측은 올해 안에 ‘미국 중고교 입학자격시험(SSATㆍSecondary School Admission Test)’ 강좌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특성화 학교의 성공 여부는 우수한 교사진에 달려 있다. 교사진이 좋지 않은 학교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청심국제중측은 지난해 28명이었던 석ㆍ박사 출신 교사 수를 현재 40명 가까이 늘렸다. 교사 확보율은 170%를 넘는다. 학생 1인당 교사 1명이 넘는 다는 얘기다. 신입생이 들어오면서 늘어나는 학생 수에 맞춰 지은 또 다른 기숙사도 완공을 눈앞에 寬?있다.

아무래도 학부모들의 관심사는 올해 전형방법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 학교 측은 다만 “지난해와 전형방법이 거의 같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거의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영어 강의를 듣고 과제나 토론에 참여할 때 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심국제중 지원 1차 자격요건은 영어 실력’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다.

가평=박원기 기자 one@hk.co.kr

■ 정철화 청심국제중고교 정철화 교감

지난달 26일 오전 학교 2층 교무실에서 만난 정철화(49) 교감은 “이제 중ㆍ고교를 연계해 실질적인 ‘6년 통합 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됐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개교 1년을 갓 넘긴 소회이기도 했다. 정 교감은 현재 국제중과 국제고 교감을 동시에 맡고 있다.

그는 첫 졸업생이 배출되는 2009년에 미리 대비하고 있다. “원어민 유학 지도교사를 포함, 15명의 교사가 학생들의 해외 진학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국제고 학생은 실력과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게 해 세계 유수의 명문대에, 국제중 학생 역시 해외 명문 고교나 국내 우수 고교에 보내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그러면서도 “강제할 수는 없지만, 솔직히 청심국제중 학생들은 고교 진학 시 청심국제고를 선택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학교의 문화, 교사와 교과 과정의 연계성 등을 감안하면 3년만 가르치고 다른 학교에 보내기에 너무 미진하고 아쉬운 느낌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학부모들이 왜 국제중에 아이를 보내려 하는 지 궁금했다. 일반전형을 통해 입학한 올해 1학년 학생들은 무려 52대 1이란 경쟁을 뚫어야 했다. 그는 이 질문에 “유치원 초등학교 고교 대학은 제한적이나마 선택권이 있었지만 (국제중이 생기기 전에) 중학교는 선택할 수 있었나요? 최근 ‘기러기아빠’는 왜 생기는 겁니까”라고 대답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수월성 교육에 대한 욕구는 커져 가고 있고,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늘어만 가는데 그 동안 국내에 이 문제를 해소해 줄 만한 학교는 충분치 않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서울 지역 국제중 설립이 무산된 덕을 좀 보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덤덤했다. 대신 이런 식으로 설명했다. “모든 학교가 그렇겠지만, 특히 국제중은 우수 교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교육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현실적으로 학교 재정이 뒷받침돼야 영어 강의가 가능하고 전공지식이 해박한 우수 교사를 수용할 수 있는데, 우리 만한 곳은 아직 없다고 봅니다.”

그는 학교가 자리를 잡아가는 만큼 생각도 많다고 했다. 한편에선 ‘귀족 학교’, ‘사교육의 신(新) 진원지’라는 비판과 함께 국제중을 도마에 올려 놓고 있기 때문이다. 정 교감은 “‘우수한 실력을 갖췄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우리 학교에 잘 들어올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많이 한다”며 “지역균형 선발제를 비롯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배려하는 입학 전형도입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가평=박원기 기자 o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