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옛날 토기에는 장식이 달린 것이 많다. 사람이나 동물도 있고 수레바퀴나 뿔도 있다. 이 장식들은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일까. 단순히 보기 좋으라고 붙인 걸까.
호림박물관이 3일 시작하는 특별전 <부활을 꿈꾸다-장식토기전> 에서 그 질문의 실마리를 풀어볼 수 있다. 원삼국 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 만들어진 아름다운 장식토기 70여 점을 소개하는 이 전시는 토기가 대부분 무덤에 넣는 껴묻거리였음에 주목해 토기에 달린 장식물이 죽음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살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혼의 사자’ ‘풍요로운 환생의 기원’ ‘극락왕생의 염원’의 3개 주제로 나눠 전시를 꾸몄다. 부활을>
토기는 흔히 고고학적 자료로 연구돼 왔으며 감상의 대상으로 주목받은 적은 별로 없다. 이 박물관은 2001년 특별전 <한국 토기의 아름다움-질박함과 추상미의 조화> 를 통해 토기의 미학적 측면을 부각시킨 적이 있다. 이번에는 특별히 장식 달린 토기들을 한 자리에 모음으로써 그 장식들이 지닌 상징적 의미까지 살피도록 했다. 한국>
‘영혼의 사자’ 편은 죽은 이의 저승길을 안내하는 사자와 인도하는 수단이 장식으로 붙어있는 토기를 조명한다. 몸통과 뚜껑에 여러 마리 새가 달린 삼국시대 흙항아리 ‘토기조형장식호(土器鳥形裝飾壺)’는 화려하고 멋진 작품이다. 새는 영혼을 실어 나르는 존재다. 굽다리 위에 두 개의 컵 모양 잔을 올리고 양 옆에 한 쌍의 수레바퀴를 장식한 ‘차륜형토기(車輪形土器)’의 수레바퀴도 망자의 혼을 저승으로 편히 보낸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풍요로운 환생의 기원’을 보여주는 대표적 유물로는 몸통 윗부분에 크고 긴 뿔이 달린 원삼국 2세기 항아리, 받침대에 사람과 개, 사냥감으로 보이는 동물을 둥글게 붙여 놓은 토기 등이 있다. 뿔은 강한 생명력의 상징으로 부활과 환생을 바라는 장식이며, 사냥 장면의 풍요는 저승에서도 풍요롭게 잘 살라는 기원을 담고 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샤마니즘적인 세계관이 깃든 앞의 두 주제와 달리 제 3주제 ‘극락왕생의 염원’ 편은 불교의 영향을 보여주는 장식토기를 모았다. 뚜껑 꼭지에 탑과 보주(寶珠)를 장식한 통일신라 시대의 뼈항아리, 납작한 병의 앞뒤로 귀신얼굴을 붙인 고려시대 편병이 대표적이다. 탑과 보주, 귀면은 영혼을 수호하는 불교적 상징이다.
호림박물관은 토기, 도자기, 회화와 전적류, 금속공예품 등 다양하고 수준 높은 컬렉션을 자랑한다. 그 동안 매년 두 차례, 봄과 가을에 특별전을 열어 소장품을 공개해 왔는데, 올해부터는 1년에 네 차례로 늘렸다. 5월 31일까지.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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