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덕수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장엔 '이명박 전 서울시장 저격수'와 '이 전 시장 엄호부대'가 나타나 황당한 공방을 벌였다. 이들은 청문회가 총리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자리라는 '가나다'도 모르는 듯 했다.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은 작심한 듯 하루종일 이 전 시장을 걸고 넘어졌다. 그는 지역 숙원사업인 경인운하 건설을 지원해 달라고 한 총리에게 부탁하면서 난데 없이 이 전 서울시장의 경부운하를 공격했다.
"내가 보기에 경부운하는 문제가 많다고 정리된 사안이다. 수십 조 원을 들여 백두대간을 훼손하자는 발상일 뿐이며, 운하를 채울 물동량이 있을 지도 의심스럽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가만 있을 리 없었다. 친 이명박계인 고흥길 의원은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의 공약을 폄하하는 발언을 앞으로 다른 의원들도 자제하라"고 방어막을 쳤다. 하지만 송 의원은 "경부운하는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제2의 김대업인 김유찬씨가 이 전 시장 비방 기자회견을 한 것은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중앙선관위에 조사를 촉구했는데 조사 진행상황을 파악한 게 있느냐", "김유찬씨가 제기한 의혹이 한 TV 프로그램에 방송돼 물의를 빚고 잇는데 편파방송을 시정할 의향이 있느냐"고 따졌다. 한 총리 내정자는 "알아 보겠다"는 수준의 답변 밖에 할 수 없었다.
송영길 의원은 이번에도 "김유찬씨 사건은 한나라당 안에서도 진위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지 않느냐"며 "모 주자가 최근 출판기념회를 빙자해 수천 명을 동원한 의혹이 있는데 내각 차원에서 제도적 보완을 해 달라"고 이 전 시장을 또 다시 겨냥했다. 그 나물에 그 밥이 뒤섞인 짜증나는 풍경이었다.
최문선 정치부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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