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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과거 운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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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과거 운동가들

입력
2007.03.3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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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연인> 이라는 미국 영화가 있다. 마이클 더글러스와 아네트 베닝이 주연한 로맨스 영화다. 재선을 기대하며 딸과 함께 사는 홀아비 대통령이 환경문제 관련 로비스트와 사랑에 빠진다.

선거일이 가까워옴에 따라, 경쟁후보는 그녀의 과거 사진을 찾아내어 대통령의 도덕성을 마구 공격한다. 그녀가 반정부 시위에 참가하여 성조기를 태웠던 일을 문제삼은 것이다. 보좌관들도 헤어지라고 보채는 가운데, 대통령이 마침내 무거운 침묵을 깬다. 그녀의 대학시절 행동과 지성을 변함없이 신뢰한다고.

▦ 1995년에 개봉된 이 영화는 당시의 클린턴 대통령과 퍼스트 레이디 힐러리를 연상케 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힐러리 상원의원은 대학 시절 급진주의와 연관이 있었다.

그가 사회학자 사울 알린스키로부터 조직운동가로 활동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다. 알린스키는 기성 정치를 철저히 부인하고 빈민 조직운동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웰슬리여대 학생회장이던 힐러리는 졸업논문에서는 알린스키를 다뤘으나, 조직운동가 투신은 거절했다. 그러나 이 논문 때문에 공화당으로부터 '숨은 좌파'로 공격을 받기도 했다.

▦ 한나라당 대선 주자였던 손학규 전 경기 지사가 겪는 처지는, 지금 힐러리가 받고 있는 대우와는 반대다. 서울대 정치학과 시절 투옥과 수배, 고문 등을 당하며 민주화운동에 투신한 그는 후에 교수와 국회의원, 도지사를 지냈다.

그가 대선 주자로 나서자 당 내외의 지지율은 실망스러운 것이었고, 급기야 탈당하기에 이르렀다. 탈당 후 그에게는 격려와 동조보다는 야유와 비난이 더 많이 쏟아지고 있다.

▦ 도대체 대중이 그에게 등을 돌리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운동권에서 기득권층으로 옮겨간 전력 때문인지, 한나라당에서는 그에게 남아 있는 저항의 체취나 엘리트의식이 못마땅한 것인지, 일반대중까지 그를 외면하고 있다. 풀리지 않는 숙제와도 같다. 현 정부에도 많이 참여하고 있는 '386세대'에 대한 시선도 많이 차가워졌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과거 민주화 운동에 앞장 섰던 이들에 대한 혐오감을 감추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풍조를 보며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 를 떠올린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박래부 논설위원실장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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