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이 일부 도를 넘었다. 전국 곳곳에서 반대 시위가 잇따르는 가운데 20명 가까운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시민단체 '통합과 번영을 위한 국민운동'과 손잡고 기자회견을 열어 반대투쟁을 다짐했다.
정치권 전체가 FTA에 대해 침묵하거나 찬성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어차피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상정되면 자연스럽게 토론과 심의를 거치게 마련이어서, 인식과 논리의 차이는 드러나게 돼 있다.
그러나 국민운동과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일부가 공동성명에서 주장했듯, FTA에 대한 태도가 개방 폭과 속도에 대한 것이라면 중요한 것은 FTA 자체가 아니라 그 내용이다.
내용의 잘잘못을 따지려면 우리 산업 각 부문에 미칠 영향력을 분석하는 일 등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부분적 내용만 보도됐지, 전체상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레짐작으로 반대 자세부터 밝히고 나서는 행태를 온전하게 봐 주기는 어렵다.
민노당의 자세는 그나마 이해가 간다. 이름은 정당이지만 사회운동세력과 확연히 구별되지 않는 특성 상 민노당의 행동반경은 비교적 폭넓을 수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다르다.
김근태 전 의장과 천정배 의원의 단식농성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도 언급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무현 대통령과의 이심전심을 자랑 삼던 사람들이 형식적으로 여당의 굴레를 벗게 됐다고 본질적 차별성을 강조하고 나서는 것은 지나치다.
처음부터 부정적인 시각이었다지만, 토론 과정에서의 개인적 찬반 의사를 떠나 합의된 결과를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미덕임을 부정하는 태도와 마찬가지다.
이들이 정치권 밖의 시민단체와 손을 잡은 것은 더욱 우려를 크게 한다. 국회에 영향을 미치려는 장외 흐름에 정치권이 발을 담그는 행태는 지난 시절에는 흔했지만 이미 정상적 방법론으로는 폐기됐다. 외부의 움직임에 올라타 정치적 추진력을 얻고, 이를 확대 재생산하겠다는 심산은 구태의연하다. FTA 논란에서 정치권은 한결 냉정하고, 정교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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