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고위공직자들의 핵심 재테크 수단은 역시 부동산이었다. 참여정부가 집값 잡기에 ‘올인’ 했지만, 국가 주요정책을 주도하고 결정하는 고위공직자들의 절반 이상은 집값 폭등의 진앙지인 ‘버블세븐’ 지역에 살거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집값 안정을 위한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이 나올 수 있겠느냐”는 회의가 제기될 법한 대목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30일 공개한 나급(옛 1급 수준) 이상 고위공직자 재산내역을 분석한 결과, 전체 공개 대상자 625명의 54.9%가 버블세븐 지역에 본인이나 가족 명의로 아파트나 상가 등을 소유하고 있었다.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이나 경기 과천, 일산 등을 합치면 아파트값 급등지역에 부동산을 가진 고위공무원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권력핵심부인 대통령 비서실의 경우 공개대상 40명 중 42.5%가 버블세븐 지역에 살거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병완 전 비서실장이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김대기 경제정책보좌관이 서초구 반포동과 경기 용인시에 본인과 배우자 명의의 사무실을 갖고 있는 등 17명이 버블세븐 지역에 부동산을 갖고 있었다.
국가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재정경제부의 경우 수장인 권오규 부총리가 경기 용인시 구성면에 142평 규모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등 공개대상 8명 중 7명이 버블세븐 지역의 주민이다. 부동산정책을 총괄하는 건설교통부의 경우 공개 대상자 4명 중 이용섭 장관(송파구 가락동)과 정상호 항공안전본부장(경기 분당) 등 2명이 버블세븐에 살고 있다.
특히 이들의 부동산(총 481건)은 서울 강남(34.1%), 서초(27.0%), 송파(14.3%) 등에 집중돼 강남선호가 두드러졌다. 국가청렴위원회의 한 간부는 6건의 소유 부동산 모두 강남과 서초에 있는 것으로 신고했다. 본인과 아들 명의로 도곡동 타워팰리스(1채), 대치동 쌍용아파트(2채), 상가(3곳) 등 현재가액 45억여원의 부동산을 갖고 있었다.
외교통상부의 한 간부는 지난해 자신 명의의 송파구 오금동 아파트를 팔아 용인시 기흥구 아파트를 샀고, 용인시 구성읍에 있는 배우자 명의의 아파트를 팔아 다시 용인시 죽전동 아파트를 구입하는 등 버블세븐 지역을 벗어나지 않았다.
고위공직자들은 주로 버블지역의 부동산을 매매해 재력을 키웠다. 곽결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강남구에 있던 본인 명의 아파트 2채 중 지난해 1억3,010만원으로 신고한 1채를 11억7,000여만원에 팔아 10억여원의 재산을 늘렸다.
부동산 매매 등 거래가 없더라도 가액변동분을 반영한 새 기준을 적용할 경우, 1억원 이상 재산이 증가한 405명(64.8%)를 포함해 고위공직자의 90.4%인 565명이 재산을 늘렸다.
대법관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 사법부 고위공직자도 대부분(76.8%) 강남과 서초구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13명의 대법관 중 이홍훈ㆍ안대희 대법관을 제외한 11명과 9명의 헌법재판관 중 김종대 재판관을 제외한 8명이 강남과 서초구에 아파트를 갖고 있었다.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20년 전 서초동 법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하며 마련한 집이 세월이 흐르다 보니 가격이 올랐을 뿐”이라며 “고위 법관들 중 투기나 투자 목적으로 강남지역에 아파트를 산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서초구 서초동에 짓고 있는 아파트 1채를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분양 받았다며 13억6,000여만원에 신고했다. 이강국 헌재 소장은 강남구 개포동의 아파트 1채를 9억여원에 신고했다.
이공현 재판관도 삼성동에 소유한 아파트 가액이 10억6,000만원에서 21억8,000만원으로 뛰어 재산총액이 23억510만원으로 늘어났다. 부산에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아파트를 소유한 김종대 재판관은 주택가격 하락으로 2억여원의 손해를 봤다고 신고해 눈길을 끌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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