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 글ㆍ남궁선하 그림/문학동네 발행ㆍ120쪽ㆍ8,500원
쇠돌이, 칠성이, 서울에서 온 초롱이와 하늘다람쥐 쭈꾸는 청솔리의 단짝 친구다. 어른들은 농사짓고 아이들은 청솔봉에서 뛰노는 평온한 마을에 대머리, 땅딸보, 꺽다리 등 낯선 아저씨 삼인방이 나타난다. 부동산 개발업자인 이들은 철철 흐르는 탐욕을 감춘 채 ‘떼돈 벌게 해주겠다’며 마을 사람들을 구워삶고는, 청솔봉 어귀에 ‘입산금지’ 철조망을 둘러친다. 야생동물과 소나무의 보금자리에다 골프장을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산을 파헤치는 걸로 멈추면 좋으련만 삼인방의 욕심은 끝이 없다. 아이들과 어울리는 쭈꾸의 신분(?)이 천연기념물이란 걸 확인하더니, 희귀 동물을 밀수하는 일로 사업을 다각화한다. 이들은 덫으로 하늘다람쥐, 노루, 오소리, 호랑지빠귀 등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들여 우리에 가둔다. 마을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청솔봉은 동물들의 울음소리로 구슬프다.
친구들의 불행을 가만히 두고볼 청솔리 삼총사가 아니다. 어른들 몰래 연장을 챙겨 들고 야심한 공사장으로 숨어든 삼총사는 철망을 끊고 동물들을 탈출시키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뒷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해 삼인방이 상황을 눈치챌 단서를 남기고 만다.
자연을 벗삼은 아이들과 자연을 해치는 어른들의 엎치락뒤치락을 흥미진진 따라가노라면 문득, 이 소설 같은 얘기가 결코 소설이 아닌 현실임을 깨닫게 된다. 이 그림책이 이야기를 쓴 박진희 작가의 유작임을 알고 나면 콧 속이 더욱 알싸해진다. 초등 3학년 이상.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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