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지붕 에베레스트에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한국인 최초로 정상에 섰던 고(故) 고상돈씨의 쾌거 30주년을 맞아 후배들이 나섰다. '한국 산악계의 대업을 위한 헌정(獻呈)'이라는 기치를 걸고 오늘 인천공항에서 '박영석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출국한다.
한국일보사가 후원하는 원정대는 인간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은 남서쪽 절벽에 새로운 길을 만든다. 그 길은 한국인의 도전과 개척정신을 다시 한 번 세계에 떨치는 '코리안 루트'가 될 것이다.
한국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처음 도전장을 내밀었던 1977년은 유신 말기의 암울한 시기였다. 성사 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 해 9월 15일 고상돈씨는 "여기는 정상, 더 오를 곳이 없다"고 외쳤다.
이 한 마디는 의기소침했던 국민에게 커다란 희망을 안겼다. 그 자신감은 한국인의 세계 도전에 커다란 힘이 됐다. 그 뒤 이어진 남ㆍ북극을 비롯한 세계의 극지에 대한 도전과 탐험은 모두 에베레스트 등정의 영향이었다.
이번에 원정대가 개척하려는 남서벽 루트는 수직 2,500m의 검은 암벽으로 눈조차 피해간다는 험로다. 1953년 영국의 힐러리 경이 처음 정상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개척된 15개 루트 가운데 남서쪽 능선을 거쳐간 경우는 2개 팀 뿐이다.
그 기록도 어려운 암벽 코스를 우회한 것이다. 원정대가 새로 고안한 '공격형 절벽 캠프'는 그 자체만으로 등반사에 획기적인 기록을 더하게 될 것이다.
박영석 대장은 2005년 북극점 원정에 성공함으로써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히말라야 8,000m이상 14좌 및 7대륙 최고봉을 정복하고, 3극점(남ㆍ북극, 에베레스트)에 도달했다.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기 위해 남서벽에 두 번이나 도전했던 그의 경험을 우리는 믿는다.
고상돈씨는 장도에 오른 지 76일 만에 정상을 정복했다. 이번엔 그 기간이 더 길 수도, 짧을 수도 있지만 한국인의 자랑스러운 외침이 다시 전해지기를 기다린다. 온 국민과 함께 장도를 축하하며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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