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대표팀에서 2연속 2득점의 골사냥을 벌이며 새로운 해결사로 각광 받고 있는 한동원(21ㆍ성남)은 불과 지난 해까지만 해도 FC서울 2군에서 뛰던 선수다. 핌 베어벡 감독도 “지난 해 11월 처음 본 약하고 어린 선수라는 이미지가 올해 완전히 달라졌다”고 의아해 했을 정도. 단순히 해가 바뀌었을 뿐인데 어떻게 기량이 급성장할 수 있었을까.
혹독한 겨울나기
성남의 간판 스타 김두현은 겨울 전지훈련에서 “이렇게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훈련한 건 처음이다”며 혀를 내둘렀다. 한동원은 올시즌부터 성남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하자마자 한동원은 김학범 감독의 지도 하에 여지껏 경험해보지 못한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소화했다.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피스컵 등 각종 대회에 나서야 하는 성남이기에 전례 없는 강훈을 펼친 것. 성남은 전훈 기간 다른 구단과 달리 유럽과 남미로 가지 않고 가까운 일본에서 전력 담금질에 치중했다. 시차와 기후 적응이 필요 없는 곳에서 초반부터 스태미나 중심의 훈련 프로그램을 순조롭게 진행했다. 갓 들어온 새내기 한동원은 말없이 서킷 트레이닝 등이 중심이 된 체력 훈련을 충실히 받았다. 올림픽대표팀에서 90분 내내 쉼 없이 뛰어다닐 수 있었던 강철 체력의 비결이다.
임자 만났다
K리그 최고의 전략가로 꼽히는 김학범 감독은 올시즌을 앞두고 가능성이 무한한 한동원을 영입했다. 김 감독의 세심한 지도 스타일은 한동원의 축구에 대한 눈을 한층 트이게 했다. 성남 구단 관계자는 “김학범 감독의 지도 스타일은 어린 선수들이 특히 축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좋다.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가르친다”고 말했다. 김학범 감독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한동원에 대해 “한마디로 골 냄새를 맡을 줄 아는 선수다. 가장 큰 장점은 위치 선정과 슛의 정확성이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실과 겸손
스펀지 같은 흡수력을 갖고 있는 그의 성격도 비약적인 실력 향상의 계기가 됐다. 성남 구단 관계자들은 한동원을 ‘순둥이’로 묘사한다. 나이가 어린 탓도 있지만 팀내에서 누구보다 묵묵히 자기 할 일을 군말 없이 수행한다는 평가. 성남의 유종규 주무는 “(한)동원이는 착하고 순박한 성격이다. 코칭스태프가 요구하는 것을 무조건 착실하게 따른다”고 말했다. 묵묵히 자기 할 일에 열심인 한동원은 2001년 안양LG(현 FC서울)에 입단한 이후 2004년 2군리그 MVP를 차지하고 이듬해 2군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단계를 착실히 밟아 나갔다. 6년간의 기다림 끝에 한동원은 정상으로 우뚝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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