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택순 경찰청장이 고개를 숙이는 횟수가 부쩍 잦아졌다. 시위 취재진 폭행, 성폭행 신고 늑장대응, 총기 분실, 잇단 납치ㆍ실종 사건…. 한달 사이 쏟아지고 있는 경찰의 악재들이다.
22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이 청장과 전국 지방경찰청장 등 수뇌부 30명이 머리를 맞대고 기강 확립을 위한 특단의 대책까지 마련했지만 발표가 무색하게 경찰의 비행이 꼬리를 물고 있다.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절도범으로 오인해 폭행하는가 하면, 근무지를 이탈한 의경들은 만취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냈다. 급기야 29일에는 광주에서 현직 경찰관이 여성 수배자를 검거한 뒤 함께 술을 마시고 성폭행한 사건까지 일어났다. 단순히 기강해이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총체적인 난맥상이다.
이달초 이 청장은 워크숍에서 "언론보도로 이미지가 실추돼 경찰의 청렴도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잇달아 터지고 있는 경찰의 탈선 소식은 경찰에 대한 불신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는 이 청장의 현실 인식과는 한참 동떨어져 보인다.
29일 헌법재판소가 의미있는 선고를 내렸다. 경찰관이 인권옹호에 관한 검사의 명령을 준수하도록 한 규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이었다. 이를 경찰의 숙원인'수사권 독립'과 연결짓는 것은 억측일지 모른다.
그러나 수사권 독립 주장이 힘을 얻으려면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경찰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서 국민을 위해 수사권이 독립돼야 한다고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다수 경찰관들은'민생 치안의 최후 보루'라는 자부심을 갖고 묵묵히 일하고 있다. 그런 경찰에 국민들은 소리없는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지금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민생을 침해하는 경찰관들 때문이다.
사회부 김이삭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