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Weekzine Free/ 스타일 - '상하이가 변했다' 패션한류 中 상륙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Weekzine Free/ 스타일 - '상하이가 변했다' 패션한류 中 상륙

입력
2007.03.29 23:37
0 0

지난해 중국에서 논란을 일으킨 용어가 ‘스타벅스 매춘’이다. 스타벅스 커피 값을 마련하기위해 매춘까지 불사하는 현상을 꼬집은 말이다. 오죽하면 중국 정부가 나서서 스타벅스에 압력을 가해 판매가를 30% 인하 시켰다.

스타벅스 매춘은 세련된 스타일에 대한 중국 사람들의 열망을 보여준다.

스타일은 부와 지위를 증명한다. 중국인들이 이미 전세계 럭셔리상품 매출의 10%를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 최전선에 있는 것이 중국 최대 금융도시인 상하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하이에서 한국 패션브랜드가 이른바 ‘명품’ 대접 받고있다는 소식에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그 브랜드 면면이 뜻밖이다. ‘로엠’ ‘EXR’ ‘W.’ ‘스코필드’ 등등. 어, 그거 한국에서는 중저가 제품인데!

로엠, EXR,… 중국서 잘 나갑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5년째 상하이에서 주최하고 있는 의류 및 소재 전시회 ‘프리뷰 인 상하이’ 가 한창이었던 26일 상하이마트.

전시장 한 가운데 자리한 캐포츠 브랜드 EXR 부스가 화려한 디스플레이와 음향을 통해 참관객들의 발길을 끌어 모은다. EXR은 2004년 8월 상하이 푸동지역의 고급백화점인 팔백반에 1호점을 개설한 데 이어 현재 직영점만 93개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안에 중국 진출한 국내 패션기업중 최단기간 100호점 돌파를 예상하고 있는 이 브랜드는 현재 상하이의 유명 연예인과 아나운서들이 가장 협찬 받고 싶어하는 옷이기도 하다.

이랜드 브랜드인 로엠과 스코필드의 선전도 두드러진다. 서울의 압구정동에 해당하는 번화가 화이해이중루(路) 태평양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로엠 매장. 마네킹이 입고있는 여름 원피스 한장 가격이 1,800위안(약 22만원)이다. 웬만한 사무직 초임이 1,500위안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다.

국내에서는 백화점 입점은 커녕 가두점 브랜드중에서도 저가에 속하지만 이 백화점은 물론 푸동에 위치한 고급백화점 팔백반에서도 ‘명품’으로 손꼽힌다.

스코필드는 현지에서는 국내 패밀리브랜드의 대표격인 빈폴 보다도 지명도가 높다. 빈폴은 지난해 8월 팔백반에 1호점을 냈지만 지명도와 규모 면에서 스코필드와 대적이 안 된다.

이밖에 이미 국내에선 영업을 접은 스포츠브랜드 라피도, 중저가 캐주얼브랜드인 W.(더블유닷)과 베이직하우스도 상하이에서는 고급 브랜드로 군림하고 있다.

한국 옷, 비싸지만 괜찮아?

상하이에서 발간되는 의류 및 소재 전문지 <어패럴 소스> 에디터 제니 니에씨는 “한국 브랜드는 몸에 착 붙으면서 디자인이 과장되지 않고 젊은 감각을 잘 표현해준다”고 치켜세운다.

니에씨는 월 소득 1만 위안(소득수준이 높은 상하이시의 4년제 대졸 사무직 평균 임금은 3,000~4,000위안 수준이다)으로 전문직 고소득자에 속한다. 그러나 재킷 한 벌에 1,800~2,000위안을 훌쩍 넘어가는 한국 브랜드 옷을 사는 게 만만한 일은 아니다. “대형 백화점 마다 한국 브랜드가 많이 입점해 있지만 너무 비싸서 구입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가격 정책은 실패일까? 가격대를 낮추면 더 성공적일까? 적어도 중저가에서 고급브랜드로 환골탈태한 브랜드들은 “절대 아니다”며 고개를 젓는다.

EXR 중국법인의 원장석 총경리는 “중국에 진출하면서 중저가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백전백패”라고 말한다.

“중국도 중저가 시장은 워낙 탄탄합니다. 중국이 세계 패션업체의 아웃소싱 중심지이기 때문에 중저가 제품은 국내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요. 경쟁이 안되죠.

더구나, 중국은 타인의 눈을 의식하는 체면문화가 강해서 브랜드 네임이나 로고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IMF직후 중국에 진출한 업체들이 실패한 건 중국시장을 싸구려 취급한 편향된 시각 탓이 컸지요.”

오리지널리티 & 고가정책의 힘

중국내 한국 패션 브랜드들이 호평을 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 정도다. 2002년 까지만 해도 한국 브랜드는 ‘불량 재고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외환위기 직후 재고상품 소진을 위해 대리상을 통해 중국 시장을 노크한 브랜드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금융도시답게 상하이는 전세계 럭셔리 브랜드들의 격전장이다. 브랜드 전략 없이 대리상을 통해 매출 확보에만 치중했던 업체들은 결국 브랜드 이미지 하락이라는 자충수의 덫에 걸렸다.

중국서 성공한 브랜드들은 국내 가격보다 오히려 적게는 10%, 많게는 30~40%까지 가격을 더 받는다. 대신 브랜드 오리지널리티를 명확히 한다. 광대한 중국 대륙은 소수민족의 수 만큼이나 취향과 문화도 다른 만큼 전체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강력한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가져가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로엠이나 스코필드가 현지화 전략에 따라 100% 중국 자체 상품기획을 유지하고 대형 백화점 위주로 유통을 전개하는 것이나 EXR이 堉셈?전략, 중국내 유명 방송인과 연예인들을 기용한 스타마케팅, 현지 상품기획의 확대, 계층별 세대별 클럽 활동이 활발한 중국인의 특성을 감안한 구전마케팅 등을 적극 이용하는 것 등도 이런 이유다.

'한류' 호감도 적극 이용해야

최근 한류 붐은 다소 주춤하지만 일상의 풍경 속에서는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30대 직장여성 차이 후아씨 “한국 드라마에 나온 여성 직장인들의 옷차림이 무척 세련되고 멋지다. 따라 입고 싶다”고 말했다. 김희선 전지현에 이어 최근엔 드라마 <연애시대> 에 나왔던 손예진이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국내 한 패션관계자는 “지난 10년은 한국 패션기업이 중국에서 손쉽게 재미를 보려다 혹독한 수업료를 물고 나가 떨어진 형국이었다”면서 “다행히 최근 성공적으로 중국 시장에 안착한 브랜드가 속속 나오고 있고 중국내 한국문화나 패션에 대한 호감도도 높은 만큼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공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