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답안을 외워 기계적으로 반복해 쓰지 않고 문제가 제시한 조건을 충실히 따랐다”,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다’가 아니라 단 하나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끝까지 밀고 나갔다.”
서울대가 29일 2008학년도 모의논술 채점 결과와 함께 발표한 ‘좋은 답안’의 공통점이다. 서울대는 2월22일 전국 100개 고교에서 추천 받은 예비 고3 196명(인문계 100명, 자연계 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의논술 결과를 공개했다. 채점 결과 100점 만점 기준 인문계 가형(3문항)은 평균 56.88점, 나형(4문항)은 51.52점, 자연계는 평균 41.33점이었다. 인문ㆍ자연계 모두 최고 점수는 지방의 일반고 학생이 받았다.
김영정 입학관리본부장은 “전제가 틀렸거나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펼친 글들도 그 과정과 결론만 문제없으면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자연계 논술은 문제 해결 과정을 도표ㆍ그림이나 수식 등으로 표현한 경우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는 낮은 점수를 받은 답안 사례로 인문계의 경우 △알쏭달쏭한 어려운 어휘를 많이 쓴 답안 △논제에 대한 개념 정의를 빠뜨린 답안 △문제가 요구하는 조건을 무시한 답안 등을 꼽았다. 자연계는 △논리적ㆍ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단계를 거치지 않고 단편적 결론으로 곧바로 가버린 답안 △논제 사이의 관련성을 무시한 답안 △앞 문제에서 쓴 답이나 제시문을 그대로 옮겨 적은 답안이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날 공개된 학생들 답안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뚜렷이 드러났다. ‘오늘날 세계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조선 말기에 어떤 대외개방 정책을 선택했어야 하나’라는 인문계 문제는 ‘예상되는 반론, 재반론을 포함하라’고 했지만 대부분 학생들이 이 조건 자체를 무시해 점수가 깎였다. 또 현재 세계화가 아니라 개화기 당시 상황에 집중해야 하는 데도 대부분 자신에게 익숙한 세계화를 중심으로 답안을 작성했다.
특히 올해 처음 논술을 보는 자연계 학생의 절반 가까이가 40점도 못 받았다. 김 본부장은 “상당수 자연계 학생들이 제시문에서 주어진 기본 정보조차 이해하지 못했다”며 “자기 주장을 제대로 펴지 못한 학생들도 많아 글쓰기 기초부터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의력을 묻는 문제에서 대부분 자신 만의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쓰지 못하고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썼다”며 “평소 책 읽기를 통해 사고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는 30일 문항별로 잘 쓴 답안과 그렇지 못한 답안을 입학관리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 답안 내용은 한국일보 홈페이지(www.hankooki.com)에서도 볼 수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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