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무능공무원 퇴출은 바람직합니다. 중앙정부도 경쟁과 성과원리에 따라 인사혁신이 필요합니다."
취임 100일(22일)을 넘긴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은 최근 지자체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인사혁신(퇴출제)에 대해 '행자부가 앞장설 것'을 시사했다.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해서는 "연내에 개혁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안이 먼저 결정돼야 하는 만큼 시기에 얽매여 졸속으로 추진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_최근 지방정부에서 불고 있는 '무능공무원 퇴출'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큽니다. 제도의 필요성에 공감하십니까.
"지자체들의 인사혁신은 바람직하고 정부도 적극 지지합니다. 하지만 '무능공무원 퇴출제'라는 용어는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공직사회가 일하지 않는 집단으로 비쳐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지자체의 개혁움직임은 경쟁과 성과관리에 입각한 '경영혁신과 인사쇄신'으로 불러야 합니다."
_행자부가 준비중인 인사혁신의 일반원칙이나 기준은 무엇입니까.
"첫째는 편가르기, 줄서기 등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선정과 기준입니다. 둘째는 사후분쟁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행자부는 각 지자체 인사혁신의 공통분모를 뽑아 제도를 효과적으로 뒷받침 하기 위한 일반지침을 만들어 지자체에 전달할 계획입니다."
_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의 건의안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원안보다 개혁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발전위의 건의안이 KDI안에 비해 결코 후퇴한 것이 아닙니다. 현재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를 더 내고 덜 받는 정반대로 바꿨습니다. 재직중에 내는 기여금을 현재 6.55%에서 2018년까지 8.5%로 늘리고, 수익비도 현재 4~4.5배를 2018년까지 국민연금과 같은 1.7배로 맞췄습니다.
KDI안의 주요 내용은 기여금을 4.5%로 낮추고 신규 공무원은 국민연금으로 편입시키자는 것입니다. 발전위 건의안은 2023년까지 23조5,000여억원까지 적자를 줄일 수 있지만, 들어오는 돈이 점점 줄어드는 KDI안은 2044년까지 198조원이 추가로 소요돼 정부재정 부담이 더 커집니다."
_연내 공무원연금 개혁은 가능한가요.
"건의안에 대한 불만이 많아 23개의 세부항목을 뽑아 104개 기관이나 단체에 보내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다음달까지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정부안을 만들 것입니다.
지금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국회에 상정된 열린우리당의 국민연금 개혁안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수정안을 냈습니다. 가령 노령연금의 경우 열린우리당 안은 65세가 된 국민의 60%만 연금을 지급하자는 것인데 공무원은 이것에서 제외되는 40%에 속하게 됩니다.
반면 한나라당안은 80%에게 연금을 지급하자는 것이어서 이 경우엔 공무원은 80%에 듭니다. 어떤 것이 선택되느냐에 따라 공무원연금안 내용과 결정시기도 달라지겠죠."
_최근 박병원 전 재경부차관과 김종갑 전 산업자원부 차관이 각각 우리금융과 하이닉스의 최고경영자로 확실시 되면서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부당한 영향력을 막기 위한 공직자의 취업제한과 개인의 직업선택권이 부딪치는 문제입니다. 정부조직인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취업승인제한제도를 만들어 사안별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위원회가 지난번 박 전 차관 문제를 결정하면서 크게 고심했다고 들었습니다. 행자부로서는 퇴직 공무원의 취업제한 대상 기업기준을 대폭 넓혀 대상기업을 거의 2배 가량 늘렸습니다.
취업제한을 보다 엄격히 하는 것이 흐름이라고 봅니다. 검찰이나 국세청 직원 등이 직접 수사하거나 조사했던 기관이나 회사에 가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_최근에 '국가균형원'의 필요성을 제기하셨는데.
"사실은 어떤 자리에서 다른 사람이 제의한 것인데 검토해 볼만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의 균형문제를 전담해 다루기 위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행자부의 균형기능을 통합한 국가균형원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지난 20세기 한국경제발전은 경제기획원이 견인했습니다. 기획과 전략, 자금 및 인적 동원 등이 가능했습니다. 21세기 화두는 틀림없이 균형의 문제입니다. 정부조직을 담당하는 주무장관으로서 장기적으로 검토해 볼 만한 국가적 아젠다로 제기하고 싶습니다."
_올해 시민단체, 언론과 벌이는 공익사업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희망제작소, 한국일보와 벌이는 국민제안 캠페인입니다. 시민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인데 새로운 형태의 '국민거버넌스'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아이디어상 제정, 국민아이디어 공모대회, 순회전시회 등으로 활성화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매년 지자체의 우수 경영혁신 사례와 발전상을 한 곳에 모으는 '지방자치경영대전'도 선의의 경쟁과 상호 벤치마킹을 유도해 균형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됩니다."
글 김동국기자 dkkim@hk.co.kr사진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 박명재 행자부 장관 "지시보다 실천" 변화 이끌어
박명재 장관은 최근 전북도 감사실에서 근무하는 사무관이 쓴 감사의 편지를 받았다. 공직생활 28년차인 이 사무관은 "지난 3일부터 23일까지 감사를 받았는데 과거와는 너무 달라 펜을 들었다"고 밝혔다.
A4용지 4장 분량의 편지에서 그는 "이번 감사가 기존의 적발위주가 아니라 지자체의 사정과 현안을 이해하고 도와줄 것을 찾아내자는 '상생감사'였다"면서 "새로운 형태의 감사에 전북도 공무원은 물론 지역언론도 감동했다"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박 장관 취임이후 행자부가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임 직후 그의 첫 주문은 '행자부의 변화'였다. 지시하고 군림하고 간섭하던 행자부를 편안하고 행복한 곳으로 탈바꿈하자는 것이었다.
장관실이 있는 정부중앙청사 12층을 비롯해 행자부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곳에 '찾아가는, 도와주는, 지켜주는, 앞장서는 행자부'라는 모토가 적힌 포스터가 복도와 입구에 걸려있다.
박 장관은 "가죽을 바꾸는 것(혁신ㆍ革新)을 넘어서 뼈와 피를 바꾸는 골신(骨新), 혈신(血新)의 자세가 필요하다"며 "노력한 결과가 조만간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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