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치러진 고교 3학년 대상 첫 전국학력평가에서 언어, 수리, 외국어 세 영역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학생은 인문ㆍ자연계를 합쳐 4,600명 가량으로 집계됐다. 이번 시험은 언어영역이 60문항에서 50문항으로 10문항 줄고, 성적 표기가 기존 표준점수 방식에서 9등급제로 바뀌는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동일한 형태로 치러져 관심을 모았다.
2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자연계 학생들이 주로 보는 수리 ‘가’형과 언어, 외국어 등 세 영역 모두 1등급을 받은 학생은 1,633명이었다. 또, 인문계 학생들이 주로 보는 수리 ‘나’형과 언어, 외국어 등 세 영역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은 3,036명에 달했다.
최근 고려대 연세대 등 일부 사립대들이 올해 정시모집에서 수능 성적만으로 신입생의 절반 가량을 우선 뽑겠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인지, 일각에선 “이런 추세가 실제 수능 시험까지 이어진다면 동점자 대량 발생사태가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최대 4과목으로 구성되는 탐구영역의 과목 선택이 수능 반영 전형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주요 대학들은 대부분 언어ㆍ수리ㆍ외국어 영역과 탐구영역을 함께 반영하는 이른바 ‘3+1’전형을 채택하고 있다. 사회탐구는 과목간 난이도 차이가 크고, 특히 응시인원이 크게 달라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성적에서 희비가 엇갈린다.
이번 시험만 보더라도 가장 많은 학생(20만2,216명)이 선택한 ‘사회문화’는 8,479등을 해도 1등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가장 적은 학생(3만1,495명)이 고른 ‘경제지리’에선 1,385등을 해도 2등급을 받았다. 한 입시전문가는 “중ㆍ하위권 학생들이 특정 탐구영역 과목을 기피할 경우, 상위권 학생들끼리 경쟁을 하다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반드시 ‘어느 영역이 중요하다’고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 평가이사는 “대학마다 영역별 가중치나 우선 순위 등을 반영하는 방법이 다르다”며 “예컨대 고려대는 1등급과 2등급 점수차를 수리영역에선 8점(200점 만점), 외국어영역에선 3점으로 두기 때문에 대학별 전형방법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평가시험에선 다행히 ‘등급 블랭크(Blank)’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실제 수능에서 나타날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예컨대 어떤 영역의 문제가 쉽게 나와 전체 응시자의 12%가 만점을 받게 되면, 단 한 문제만 틀려도 상위 성적 5~11%가 받을 수 있는 2등급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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