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를 나무로 만든 디지털 TV, 천연 곱돌을 깎아 만든 밥솥, 가죽을 입힌 노트북, 플라스틱 대신 금속을 입힌 휴대폰까지.
바야흐로 '소재파괴' 시대다. 한물간 소재로 인식됐던 스테인리스 스틸은 물론, 나무와 돌, 가죽 등 천연소재를 사용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업체마다 소비자들의 감성 트렌드와 자연주의 선호경향을 겨냥, 디자인과 색상을 넘어 소재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LG전자는 플라스틱 대신 고급원목을 케이스로 채택한 60인치 우드 PDP TV '엑스 캔버스 갤러리'를 내놓았다. 이탈리아산 최고급 원목을 사용, 미술관에서 액자에 담긴 그림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LG전자 관계자는 "이 제품은 주변의 가구나 원목마루 등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자연친화적 인테리어를 채택, 공간의 품격을 한껏 높일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광학기기 전문 메이커인 올림푸스는 지난해 9월 나무로 만든 디지털카메라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실제 지중해 사이프러스산 원목을 압축, 가열함으로써 금속재질에 비해 무게는 가볍고 강도는 강화했다. 나무 고유의 색, 윤기, 무늬 등을 살려 전자제품의 딱딱하고 차가운 이미지를 없앴다.
쿠쿠홈시스가 지난해 2월 내놓은 프리미엄 전기밥솥 '일품석'은 천연 곱돌을 사용한 제품. 두툼한 천연 곱돌을 백 번 이상 깎아 곱돌 솥을 만들고, 이를 전기밥솥의 내솥으로 사용했다는게 회사측 설명.
회사측은 "열을 받으면 미네랄 성분과 원적외선을 다량 방출해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하고 밥맛은 더욱 좋게 해줘 35만원~48만원의 고가인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5만개 이상 팔렸다"고 말했다.
대만 아수스의 신제품 노트북 컴퓨터 'S6F'는 키보드 아래 부분과 모니터 바깥 부분에 가죽을 씌워 만들었다. 그 동안 노트북 전용 가죽 파우치는 있었지만, 실제 노트북에 가죽을 덧대거나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 것은 처음이다. 이 제품은 이 물질이 묻더라도 쉽게 제거할 수 있고, 가죽 표면에 올록볼록한 '엠보싱' 처리가 돼 있어 촉감이 좋다고 한다.
LG전자의 샤인폰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 제품은 케이스 전체를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 금속의 깨끗한 이미지와 손에 착 달라붙는 잘 살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최근 국내 최초로 스테인리스 스틸을 TV전면에 적용하고 문양을 새겨넣은 42인치 풀HD LCD TV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삼성전자는 2007년형 지펠 냉장고를 출시했는데, 겉모양은 원목의 느낌을 살리면서 플라스틱에 비해 강도는 높인 신소재인 '에버맥스'를 사용했다. 삼성테크윈은 올 초 디지털 카메라 블루(VLUU) NV3 제품을 선보였는데, 전통 목공 도장용으로 주로 쓰이는 '옻칠'을 겉표면의 도료로 썼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웰빙 사회 풍조와 함께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천연소재 전자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천연소재는 제품의 프리미엄 이미지와도 맞아떨어져 앞으로도 많이 쓰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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