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직장인들의 월급통장으로 인기를 끌자 은행권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 증권사와 은행간 월급통장 쟁탈전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체크카드 발급 등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는 증권사의 CMA와 맞서 은행의 월급통장도 각종 혜택을 담으며 진화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상품은 최근 우리은행이 출시한 ‘우리 로얄클럽 통장’으로, 각종 수수료 면제에다 최고 3.0%대의 금리를 주는 파격적인 혜택을 담았다. 4.0%대의 금리를 주는 CMA에 비해 금리가 거의 없다시피 한 은행 월급통장의 최대 약점을 보완한 상품이다.
특히 이 상품은 은행들이 그 동안 별개로 운영해오고 있는 월급통장과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의 결합이란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MMDA는 단기성 목돈을 유치하기 위한 저축상품으로, 증권사 CMA와 같이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면서 하루를 맡겨도 보통예금 이상의 이자를 준다.
은행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1억원 이상은 4%대, 5,000만원 이상은 3%대, 1,000만원 이상이면 1%대 금리가 나온다. 4%대의 증권사 CMA 보다는 금리가 약간 낮지만, 실적배당형인 CMA와 달리 확정금리이며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원금도 보장된다.
MMDA는 그러나 은행에 따라 급여이체가 안되거나 카드결제기능이 없는 등의 불편함이 있었던 데다가 각종 수수료 면제 혜택이 없었다. 보통예금보다 더 많은 이자를 주는 만큼, 다른 부가 서비스는 없었던 것이다. 반면 보통예금의 일종인 월급통장은 금리가 0.1~0.2%에 불과한 대신 각종 수수료를 면제하고 대출시 금리를 우대하는 등의 혜택을 부여해왔다.
우리은행의 ‘우리로얄클럽 통장’은 이 두 가지 상품을 결합, 급여이체와 함께 신용카드회원으로 가입하면 최고 3%의 금리를 제공하면서 자동화기기 수수료, 인터넷뱅킹 수수료, 수표발행수수료 등을 면제해주고, 카드 연회비도 최장 5년간 면제해준다.
우리은행이 이 같은 공세를 펴는 것은 증권사 CMA 열풍으로 인해 우리은행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2월말 현재 CMA 잔액은 11조2,990억원으로 지난해 9월말(5조5,274억원)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등 직장인들 사이에서 은행 통장에서 CMA로 갈아타는 바람이 무섭게 불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그 동안 수수료 면제, 대출시 금리우대 등의 서비스로 CMA에 대응해왔지만, 우리은행이 MMDA와 월급통장을 결합해 금리까지 높임에 따라 다른 은행들도 뒤따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월급통장 쟁탈전에서 치고 나옴에 따라 우리도 MMDA와 월급통장을 결합한 상품을 검토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MMDA와 월급통장이 결합된 상품이 확산되면 CMA로 월급통장을 갈아타는 직장인들이 다시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은행권 금리가 CMA에 비해 어느 정도 만회가 되는 데다, 매회 500원에서 1,000여원에 이르는 각종 수수료 면제 효과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출시 금리를 우대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전문가들은 “자금 입출금이나 이체가 잦은 경우는 은행 통장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자금운용 상황을 감안해 가입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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