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학교인 충남 논산의 대건고가 포스코청암상의 교육부문 첫 수상자로 선정돼 화제다. 포스코청암재단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과학상과 교육상 봉사상을 선정, 상을 준다.
수상 소식이 전해진 28일 오후 대건고 2층은 어수선했다. 영어책을 들고 복도로 나온 학생들은 자기 반이 아닌 다른 교실을 찾아 들어갔다.
실력에 따라 기초ㆍ보통ㆍ심화반으로 나눠 수준별 이동수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학교의 ‘맞춤형 수업’은 공부를 포기하기 쉬운 하위권 학생들은 끌어 올리고, 실력 있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느끼는 지루함을 해소하는데 그만이다. 컴퓨터를 이용한 화상수업도 있고 어떤 교사는 5∼10분 영화를 보여준다.
8명의 교사들은 하위권 학생을 위해 고교와 중3과정을 혼합한 교재를 직접 만들었고 상위권 학생들을 위해서는 대학 교양영어 수준의 교재를 활용한다.
수업만 특색 있는 게 아니다. 아침에는 운동장에서 단체 줄넘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 전교생이 교사들과 함께 10∼20분 정도 땀을 뺀다. 유유철 교사는 “10분만 줄넘기를 해도 5㎞이상 달린 효과가 있다”며 “체력이 바탕이 돼야 모든 면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 줄넘기를 한다”고 말했다.
명상시간도 있다.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자기생활의 중심을 찾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1996년 채택한 독특한 수업방식이다. 학생들은 또 학년초에 받은 다이어리에 1주일간 ‘자기의 역사’를 서술한 뒤 생활을 스스로 평가한다. 학습계획과 수업준비 내용에 대한 수행 여부를 평가하고 읽은 책에 대한 짤막한 독후감과 명상 내용도 담는다. 논술실력 쌓기에 제격이다. 감정계좌라는 코너에는 그때 그때 좋았던 일과 나빴던 일을 소상히 기록해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해 나가도록 했다.
다른 학교와 너무 다른 모습에 ‘뭐 이런 학교가 다 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를 통해 특기와 적성을 살릴 수 있고, 반 친구들과 무엇을 해야 할지를 토론해 결정함으로써 민주주의를 배워간다.
독특한 교육 프로그램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2001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계 각국에 대건고의 공교육 성공사례를 특별소개했다. 한명의 낙오자도 없는 ‘신바람 나는 학교’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평도 있다.
실제 학생들은 과외는 고사하고 학원조차 다니지 않는다. 그래도 실력 향상에는 문제 없다. 색다른 이동수업으로 공부에 더 많은 흥미를 갖고 집중도를 높여 성적을 쑥쑥 올린다.
전체 학생의 80%가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서로 선의의 경쟁을 벌여 밤늦도록 공부하는 분위기가 잡혔다. 덕분에 학부모들은 “학원에 다니지 않고 과외도 하지 않아 성적이 떨어지면 어쩌나?”, “학원비는 어떻게 마련하나?”같은 근심에서 해방됐다.
다른 과목도 서로를 배려하는 난상토론 형태로 진행돼 집단 따돌림과 교내폭력 등에 따른 교실붕괴 현상을 찾아 볼 수 없다. 입시보다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학교 수업만으로도 대학진학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매년 70명 이상 명문대 합격이 이를 증명한다.
강석준 교장은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와 실력차를 감안하지 않은 획일적인 수업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수준에 따른 교육방식을 개발, 흥미를 더욱 자극하고 성취도를 높이는 등 공교육의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산=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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