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7일은 한국 스포츠사에 영원히 기억될 날이다. 이날 대구는 케냐 몸바사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집행이사회에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이하 세계육상대회) 개최지로 결정됐다.
세계육상대회 개최로 한국은 이탈리아 일본 독일 스웨덴 스페인 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3대 스포츠 이벤트(하계올릭픽, 월드컵 축구, 세계육상대회)를 모두 개최한 7번째 나라가 됐다. 스포츠의 ‘G 7’이 된 셈이다.
‘육상 불모지’ 대구가 예상을 깨고 모스크바(러시아) 브리즈번(호주) 등을 제치고 2011년 대회를 유치하기까지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음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유치위원회의 맨투맨 작전, 대구시의 물심양면 지원, 시민들의 성원이 잘 버무려졌다. 특히 투표에 앞서 실시된 프리젠테이션에서 유치위원회가 공개한 ‘히든 카드’는 표심(標心)을 사로잡는 데 큰 몫을 했다.
유치위원회는 세계육상대회에 참가하는 선수 및 임원에게 대회 시작 3주 전부터 종료 후 3일까지 일체의 숙박 비용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대회를 취재하는 각국 미디어 관계자들에게는 하루에 100달러(약 9만5,000원)만 받고 숙식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치위원회가 꺼낸 ‘히든 카드’는 꽤나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IAAF 규정상 개최국은 대회기간 전후 14일 동안 선수들과 임원들에게 선수촌 및 훈련장 무료사용을 허락해야 한다. 대구가 제시한 33일은 14일의 두 배를 훨씬 넘는다. 미디어촌 사용료를 하루 100달러로 해주겠다는 것도 유래가 없는 일이다. 세계육상대회를 위해 미디어촌을 건립하는 것도 처음이다.
열악한 여건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기 위해선 당연히 ‘깜짝 카드’가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선례’가 되면 곤란하다. 한국은 앞으로도 각종 국제대회를 유치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파격적인’ 제안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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