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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생태계의 구리 규제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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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생태계의 구리 규제 재검토해야

입력
2007.03.28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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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구리 논란이 몇 달째 계속되고 있다. 시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의 결정은 단호하다. 구리는 유해한 물질이기 때문에 수도권 상수원에 공장입지가 불가하니 지방으로 가라는 것이다.

구리 논란은 반도체 기술의 발달에서 비롯되었다. 지금까지 반도체 제조에는 알루미늄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연산 속도를 높이기 위하여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은 몇 년 전부터 알루미늄 대신 구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도 구리를 사용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문제는 구리가 수질환경보전법에 특정유해물질로 분류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정유해물질을 사용하는 시설은 상수원 보호구역이나 특별대책지역에 입지를 제한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지금까지 특정유해물질이 아닌 알루미늄을 사용해 왔기 때문에 특별대책지역인 경기 이천에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구리 사용은 불가능하며, 알루미늄 반도체 시장이 끝나면 지금의 공장도 폐쇄해야 한다.

구리는 매우 독특한 물질이다. 모든 고등동물이 매일 일정량을 섭취해야 건강을 유지하는 영양금속에 포함되는 물질이다. 고등동물의 체내에서 뼈나 헤모글로빈, 적혈구 등을 형성하며 면역시스템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타민이나 영양제에도 구리가 포함되어 있으며, 빈혈 방지를 위해 구리가 많은 굴, 오징어, 게, 호두 등이 건강식품으로 권장되기도 한다.

구리는 고등동물이 먹고, 버리기 때문에 먹는 물에도 있고, 생활하수나 축산폐수에도 있다. 하천이나 호수, 빗물에도 존재한다. 반면 구리는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에는 낮은 농도에도 독성을 나타낸다.

조상이 놋그릇을 사용한 것은 구리의 이러한 성질을 지혜롭게 이용한 것이다. 인체에는 필수 영양소이면서 음식은 부패하지 않고 수돗물에 존재할지 모르는 병원성 미생물을 살균하는 원리이다. 또한 구리는 조류, 물벼룩, 물고기 등에는 낮은 농도에서 독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구리는 담수보다 해수 생태계에서 독성이 크다.

외국의 경우 구리가 영양금속이기 때문에 수돗물에는 상당히 높은 농도까지 허용하고 있다. 그리고 식수용 저수지에 부영양화로 인한 녹조를 방지하기 위해 구리 화합물인 황산동 살포도 허용하고 있다.

반면 하천과 호수의 수생태계 관리를 위하여 매우 낮은 농도로 규제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에서는 수생태계 관리를 위해 구리를 특정유해물질로 분류하고 특별히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말 외국에서 수질기준을 도입하면서 구리를 특정유해물질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외국에서 생태계 독성 때문에 특정유해물질로 분류한 구리를 상수원 관리에만 적용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현재 수생태계 관리를 위한 환경정책기본법의 하천 호수 수질기준에 구리가 아예 관리항목에도 없다. 있어야 할 곳에는 없고, 없어야 할 곳에는 있는 꼴이다.

정부는 잘못된 구리 수질관리를 시급히 바로 잡아야 한다. 생태계 보호를 위하여 전국의 하천과 호수를 대상으로 적합한 구리 기준을 법으로 정해야 한다.

특히, 연어 서식지나 하구, 항만 등에는 구리 수질을 특별 관리하여야 한다. 그리고 인체에 필수인 영양금속을 사용하는 시설을 상수원에 입지를 금하는 비상식적인 규제는 이제 그만 풀어야 한다.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환경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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