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유치에는 성공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본격적인 시작은 지금부터다.
대구가 지난 27일(한국시간) 케냐 몸바사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집행이사회에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이하 세계육상대회) 개최지로 결정됐다.
그러나 여러 현실을 고려했을 때 기쁨보다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신필렬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도“한국 육상의 취약한 기반을 생각했을 때 성공개최까지 갈 길이 멀다”고 우려했다.
우선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2류에 불과할 만큼 육상 수준이 낮다. 한국은 45개의 금메달이 걸린 지난해 12월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육상에서 남자 창던지기의 박재명(태백시청)만이 금메달을 땄다. 중국 14개, 바레인 6개, 일본이 5개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한국은 1회부터 세계육상대회에 꾸준히 참가했으나 메달과는 거리가 멀었다. 남자높이뛰기의 이진택이 97년과 99년 대회에서 8위와 6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다. 트랙종목에서는 예선통과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한국 육상의 침체에 대해 정부 차원의 지원 부족, 국민적 무관심, 대한체육회 및 대한육상경기연맹의 체계적인 관리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 육상 지도자는 “한국 육상은 평소에는 조용하다가 국제대회만 있으면 부산을 떤다”면서 “안방에서 잔치를 열고 구경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지금부터라도 유망 종목을 집중 육성해 세계적 선수들과 좋은 경기를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경기장으로 사용될 대구월드컵경기장(6만5,000석 규모)은 나무랄 데 없는 시설을 자랑하지만 대회가 열릴 때까지 지속적인 관리가 뒷받침 돼야 한다.
6,000명 이상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선수ㆍ미디어촌 건립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잔치를 벌여놓고 손님 맞이에 소홀 한다면 차라리 안한 것만 못하다.
스폰서십 참여도 시급하다. 유치위원회는 27일 몸바사에서 열린 프리젠테이션에서 “굴지의 대기업이 파트너십 형태로 참여를 약속했다”고 했지만 공식적인 대회 스폰서는 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전의 육상대회에서도 봤듯이 1, 2개의 국내기업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올해 열리는 일본 오사카 대회의 경우 공식스폰서만 8개나 된다.
이와 관련 한 육상 관계자는 “유치 과정에서 스폰서 기업만 있었어도 일이 훨씬 쉽게 진행됐을 것이다. 앞으로도 스폰서를 확보해야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성공개최의 필수 요소다. 유치 과정에서 대회 기간중 80여만 시민들이 경기장을 찾겠다고 서명하는 등 대구시민들이 보여준 열기는 경쟁국들을 압도하는 큰 힘이 됐다. 관건은 이 열기를 2011년 대회까지 이어갈 수 있느냐는 데 있다.
지난해 9월 대구서 열린 국제육상대회의 경우 세계적인 스타들을 초빙했지만 관중석은 절반밖에 차지 않았다. 당시 대구시는 일찌감치 공짜표를 배포한 데 이어 일선 구청에 관중 동원까지 지시했지만 스탠드는 썰렁하기만 했다.
2005년 헬싱키(핀란드) 대회의 경우 입장권 가격이 최고 36만원이나 됐지만 연일 4만~5만명이 스탠드를 메웠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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