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노무현 대통령 최측근인 안희정씨와 북한 참사 리호남의 접촉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안씨가 26일 접촉사실을 시인한 데 이어 이호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28일 그것이 노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만남이었음을 밝혔다.
안씨와 리호남의 접촉경위는 몇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첫째는 이해찬 전 총리의 역할이다. 이 실장은 이날 안씨,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과 함께 북에 보낼 특사로 누가 좋을지를 대북 접촉 전에 상의했었고, 대통령의 생각을 잘 아는 이 전 총리가 거론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은 이 전 총리가 이달 초 북한을 방문한 것과 오버랩 될 수밖에 없다. 안씨와 이 실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이들이 남북정상회담 등을 위한 특사로 거명한 인사가 시차가 있을지언정 북한에 갔다는 것은 시사점이 크다.
이 전 총리의 거듭된 부인과는 달리 실제로 방북 시 정상회담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정상회담은 과거 완료가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 추진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이 전 총리는 방북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견이라며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될 경우 남북정상회담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고 했고, 동반 방북했던 이화영 의원은 한술 더 떠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해 의구심을 더욱 키웠다.
그러나 청와대는 6자회담 재개와 북미관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남북정상회담은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정리했고, 따라서 (비선) 라인도 정리됐다고 이 의원은 강조했다.
동시에 유의해야 할 대목은 청와대의 정상회담 의지다. 노 대통령이 북측의 접촉의사를 보고 받고 진의를 확인할 것을 지시한 것 자체가 언제든 정상회담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암시한다. 비록 베이징 접촉은 성과 없이 끝났다지만, 기회가 다시 주어지면 바로 회담이 추진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지금은 정상회담을 논할 상황도 아니고, 어떤 준비도 하고 있지 않다”는 청와대의 설명이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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