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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가족, 행복사회-이제는 가족입니다] 한국P&G 가족중심 인사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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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가족, 행복사회-이제는 가족입니다] 한국P&G 가족중심 인사제도

입력
2007.03.27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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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 배기 아들 건우를 키우는 결혼 5년차 백규형(35) 부장과 윤옥재(35) 부장은 한국P&G의 대표적인 사내 커플이다. 백ㆍ윤 부부에게 다음달 1일은 특별한 기념일이다.

부부가 함께 일본P&G에서 근무를 시작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다. “다른 회사였다면 아내가 일을 포기하거나 부부가 원치 않는 별거를 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우리 부부가 지금 일본 고베(神戶)에서 제2의 신혼을 보낼 수 있는 건 P&G였기에 가능했습니다.” 백 부장은 “P&G는 친구는 물론이고 아들에게도 자신 있게 자랑할 수 있는 일터”라고 말한다.

백씨 부부는 한국P&G가 실시하는 ‘듀얼 커리어 커플(Dual-Career Coupleㆍ)’의 대상이다. 사내 커플 중 한 명이 해외 근무를 하게 될 경우 배우자도 같은 나라에 적합한 자리를 찾아줘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제도다.

백씨 부부는 우여곡절 끝에 ‘듀얼 커리어 커플’이 됐다. 지난해 초 백 부장이 3년간 일본에서 근무하도록 결정되면서 이들 부부도 떨어져 살 뻔한 위기가 닥쳤다.

인사 업무를 담당해온 백 부장은 일본에서도 같은 부서 근무를 할 수 있었지만, 한국P&G에서 홍보 업무를 했던 윤 부장의 자리 찾기가 여의치 않았다.

일본P&G에서도 홍보 업무를 계속하려면 아무래도 상당한 일본어 실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한국P&G와 일본P&G 간에 분주한 협의가 오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윤 부장도 홍보 업무와 관련이 있는 마케팅쪽에 자리를 찾아 지난해 4월 1일 백씨 부부는 함께 고베 일본P&G 사무실로 출근을 시작했다.

백씨 부부는 “우리 부부가 함께 일본에 발령 받아 일하는 게 P&G 동료들에게는 전혀 뉴스거리가 못 된다. 그보다는 홀로 해외 근무하는 독신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전한다.

부부 개개인의 경력 개발은 물론, ‘가족이 함께 생활해야 한다’는 가족중심적 인사방침은 전세계 P&G 직원들에게 적용되는 방침. 현재 일본P&G에는 백씨 부부 외에도 미국 필리핀 등 출신의 듀얼 커리어 커플들이 여럿 있다.

윤 부장은 한국 시댁에 맡겨두고 온 아들 건우를 낳고 기르는 데도 회사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법적으로 보장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기본. 오히려 육아휴직을 쓰지 않으면 다른 직원들의 눈치를 봐야 할 정도라는 것이다. 임신 중 건강이 나빠져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힘들 때는 재택근무도 했다. 건우 출산 때 병원비도 전액 회사에서 지원 받았다.

백씨 부부는 “우리만 회사에서 특혜를 받는 특별 케이스는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국P&G 직원들이라면 당연히 출산과 육아, 그리고 가정을 꾸리는 데 있어서 갖가지 회사의 지원을 받는다. 백씨 부부는 “개인적으로 따로 보험을 들지 않아도 회사 지원만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하루 8시간 근무만 지키면 직원 스스로 오전 8시에서 10시 사이에 출근 시간을 정하는 자율 출ㆍ퇴근제, 임신ㆍ출산으로 하루 8시간 근무가 어려울 경우에는 최대 1년간 하루 60%만 근무하는 단축근무는 육아와 가정 문제로 곤란을 겪는 직원들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1박 이상의 출장 때문에 자녀나 아픈 가족을 돌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회사에서 탁아와 간병 비용을 지원해주는 ‘부양가족 지원 프로그램’도 있다. 회사에는 냉장고 유축기 등 모유 수유 시설과 소파 등을 갖춘 예비 엄마와 엄마를 위한 휴게실 ‘마더스 룸(Mother’s Room)’도 마련돼 출산을 앞둔 직원들이 애용하고 있다.

백씨 부부는 요즘 아들 건우가 만 3살이 돼 온 가족이 한데 모여 살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백 부장은 “당시 1년5개월밖에 안된 아들 건우는 일본에서 맡길만한 보육시설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고베에 데려갈 수 없었다”며 “부부가 떨어져 지내는 아픔은 없었지만 한창 쑥쑥 자라는 아들의 성장과정을 볼 수 없는 게 가장 안타까웠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만 3세부터는 회사에서 유치원 등 자녀 교육비를 전액 지원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건우도 일본으로 데려와 외국인학교 유치원에 맡길 수 있다. 백 부장은 “직원들이 회사 업무와 가족생활의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회사가 함께 고민하는 조직문화는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도 으뜸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 '사람을 돕는 사람들의 모임'

47대 53. 한국P&G에는 여전히 여직원의 비중이 남자 직원보다 적다. 부장급 이상에서는 34대 66으로 여성의 비율은 더욱 낮아진다. 하지만 남자 직원들은 수적 우세와 상관없이 ‘회사 안에서 소수자는 우리 남성들’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 한국P&G의 ‘사람을 돕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여직원들의 끈끈한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이다.

여직원들은 이 모임을 통해 선ㆍ후배 간에 서로 고민과 애환을 나누고 격려하며 직장생활을 서로 이끌어주고 있다. 이희정 영업부 차장은 “여직원들은 자의 또는 타의로 남자들보다 훨씬 자주 직장생활을 중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기로에 설 때가 많은데 여직원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그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모임은 원래 P&G가 전세계적으로 진행하는 다양성 개발 네트워크의 일환으로 2001년 각 부서별로 만들어졌는데, 한국P&G에서는 아직 여성에 우호적이지 않은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여성의 능력 개발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특히 여성들이 기피하고 따라서 여성 비율도 15%로 가장 낮은 영업부에서 가장 활성화돼 있다.

다양성 네트워크는 매달 정기 모임을 업무 시간에 갖는 등 회사로부터도 공식 지원을 받고 있다. 가정의 달인 5월에 과장급 이상 여직원의 가족들을 초청하는 ‘패밀리데이’는 일하는 엄마ㆍ아내로서의 긍지와 고충을 가족들에게 이해 시킬 수 있는 자리. 패밀리데이는 자녀들에 대한 교육 효과도 크다.

엄마와 함께 일하는 외국인 동료들을 만나면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받기도 하고, 다른 일하는 엄마들도 보면서 자기 엄마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히게 된다는 것.

P&G의 여직원들이 직장생활을 해나가는데 가장 크게 도움을 받는다고 평가하는 것은 다양성네트워크 내의 멘토링 시스템이다. 결혼한 여성들은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성공적으로 병행하기에 걸림돌이 많은 게 현실이다.

가령 육아휴직이 끝나고 일터로 복귀해야 하는데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든지, 육아휴직에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둘째가 생겨 회사나 상사의 눈치가 보인다든지, 외국으로 발령이 난 남편을 따라가야만 하는 경우 등 직장 여성들에게는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국P&G에서는 혼자 고민할 필요가 없다. 선배들이 나서서 아이 맡길 곳을 추천해주기도 하고, 육아휴직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기도 하고, 해외지사에서도 일을 지속할 수 있도록 자리를 알아봐주기도 하는 등 의지할 기둥이 돼 주고 있다. 이 차장은 “남자 동료들도 부러워하는 여성들의 끈끈한 네트워크는 P&G에서 여성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라고 말한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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