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라 바람아, 돈 바람아 불어라.”
한반도 등줄기인 백두대간의 중심, 대관령 능선에는 최고 120m의 대형 바람개비들이 장관(壯觀)을 이룬다. 지난해 10월 준공된 국내 최대 풍력 발전소인 강원풍력단지다.
이 곳은 1970년대 초반 낙농업 발전을 위해 조성된 대관령 목장지대로 한때 국내 우유 생산을 도맡았다. <태극기 휘날리며> <가을 동화> 등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촬영된 장소로도 유명하다. 세월이 지나 국내 낙농업이 국제 경쟁력에서 뒤지자 풍력발전소가 바람을 잡아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가을> 태극기>
거대한 바람개비는 2㎿급으로 모두 49기가 위용을 뽐낸다. 발전용량은 소양강댐의 50%인 연간 24만4,400㎿h정도다. 강원 강릉시 전체 가구의 절반인 5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용량이다.
강풍일수록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니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당연히 바람개비가 멈춰 전력을 생산할 수 없다. 반면 너무 강풍이면 바람개비가 과다한 힘을 견딜 수 없어 자동으로 멈춰 선다. 최적의 발전 바람은 초속 4~25m다. 강원풍력은 대관령 지역의 기상여건과 풍속을 분석한 결과 연간 28%의 가동률을 예상하고 발전용량 목표를 정했다. 생산된 전력은 곧바로 한국전력으로 팔려간다. 연간 매출 예상액은 270억원이다.
강원풍력의 매력은 단순히 바람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바로 이산화탄소(CO2)를 잡는 청정개발체제(CDMㆍClean Development Mechanism) 사업이다. 지난해 3월 강원풍력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산하 CDM 집행위원회에 공식 등록됐다.
강원풍력이 CO2 배출권을 선진국(교토의정서 부속서 1국가)에 판매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남아있다. 제3의 기관에 의뢰, 유엔이 정한 인증기관에 감축된 CO2 모티터링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어 유엔이 정한 인증기관으로부터 CDM 사업결과 발생한 온실가스 저감실적을 검증 받아야 한다. 이 과정은 1년 정도 걸린다.
현재의 발전량을 감안할 때 연간 15만톤 규모의 감축 실적분을 배출권 거래로 활용할 수 있다. 국제 거래시장에서 CO2 배출권 가격은 주식시세처럼 변동이 있지만 톤당 2만원으로 계산할 경우 연간 30억원의 부수입을 올릴 전망이다.
평창군 도암면에 위치한 강원풍력은 2014년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는 올림픽 개최도시 선정 기준가운데 환경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다.
강원풍력은 더 많은 바람개비를 돌리고 싶어한다. 그러나 대관령 서쪽 황병산 일대는 오대산국립공원 구역으로 지정돼 더 이상 바람개비를 설치할 수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박대문 사장은 “배출가스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힌 이상 청정에너지 산업은 더욱 발전할 것”이라며 “강원풍력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선도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신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송두영 기자 dysong@hk.co.kr
■ 수도권 매립지 '황금알' 낳는다
쓰레기 더미로 버려진 땅이 금싸리기 땅으로 변신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길목 오른편인 인천 서구 백석동에는 동양 최대 규모의 수도권매립지가 조성돼 있다. 1992년부터 수도권 주민 2,000여만명이 배출하는 쓰레기는 모두 이곳에 묻힌다. 한때 매립지에서 발생한 악취와 침출수로 인근 주민들의 원성이 극에 달했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위생 매립시설로 꼽힌다.
수도권매립지는 2억3,000만톤을 매립할 수 있는 4개의 매립장이 있으며 전체 면적은 602만평이다. 4개의 매립장 중 제1매립장은 2000년 매립이 완료됐고 지금은 제2매립장을 사용중이다. 이곳에서는 쓰레기가 썩으면서 엄청난 양의 매립가스(메탄)가 발생한다. 악취의 원인이며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메탄은 이산화탄소(CO2)보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폐해가 21배에 달한다.
그러나 매립지관리공사는 지난해 말 매립가스를 모아 전기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50MW급 발전소를 준공,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는 12개의 가스 발전시설이 있으나 대부분 1∼6MW급의 소규모다.
매립지관리공사는 전기 판매로 연간 169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연간 중유 50만배럴(약 200억원 어치)의 에너지 수입 대체효과와 137만톤의 온실가스 저감효과도 기대된다. 이 발전소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으로부터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청정개발체제(CDM)로 인증 받으면 매년 수백억원대의 탄소 배출권을 확보하게 된다.
수도권매립지에는 2009년부터 연차적으로 유채 재배 단지도 조성된다. 유채씨는 무공해 바이오 기름을 짜내는 신재생에너지로 각광 받고 있다.
송두영기자
■ 환경 칼럼/ "포스트 교토 대책 서두를 때"
우리나라는 현재 교토의정서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부담이 없으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9위권인 점을 감안하면 2012년 이후(Post-Kyotoㆍ포스트-교토) 의무부담에 대한 참여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른 의무가 아니더라도 높아진 국내 기업의 국제적 위상을 감안하면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유럽과 일본의 온실가스 대응 선발 기업에 비해 뒤늦게 시작하고 있는 우리 기업은 이제 남은 5년을 준비하기 위해 앞서간 기업의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각 기업에 알맞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의 온실가스 대응은 대체로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우선 온실가스 감축을 경영의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실행하는 기업으로, 지난 십여 년간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뛰어난 실적을 보인 듀폰을 예로 들 수 있다.
전 세계에 분포돼 있는 자사 나일론원료, 프레온 생산공장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70% 이상 감축하는데 성공했다. 또 온실가스 감축량을 탄소배출권으로 거래하거나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발굴해 배출권을 확보하는 청정개발체제(CDM)에 참여하는 기업도 크게 늘고 있다.
두번째 유형은 자사 제품을 소비자가 사용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고에너지효율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도요타는 연료소비율을 크게 향상시킨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북미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GE는 에너지효율을 높인 항공기 엔진, 발전설비로 시장 장악력을 강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화석연료 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청정에너지 기술 개발 및 투자를 확대하는 기업이다. 미국의 청정에너지 시장 전문조사기관인 클린엣지(Clean Edge)에 따르면 바이오 연료, 풍력, 태양광, 연료전지 등 청정에너지 세계 시장이 2005년 399억 달러에서 2006년 554억 달러로 40% 가까이 급성장했다.
앞서 예를 든 듀폰은 온실가스 감축활동에서도 선두기업이지만 유럽 최대 정유회사인 BP와 손잡고 새로운 바이오 연료에 관한 다각적인 기술개발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이렇듯 글로벌 기업의 온실가스 대응은 내부체제 정비와 경쟁력 제고에 주안점을 두고 관련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수출 비중이 높은 전자,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 등 주력 산업부문은 아직 초기단계나마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규제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반면 나머지 산업부문의 대응은 미흡한 실정이다. 온실가스 문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해결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그러나 에너지 소비구조를 개선하거나 청정생산기술로 전환하는 것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2007년 올해를 포스트-교토에 대비해 각 기업들이 온실가스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해로 삼기를 제안한다. 5년은 결코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
박종식 삼성지구환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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